푸틴 친위대 '나시' 세 확장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 청년 조직 '나시(우리들)' 회원들의 집회.


#장면 1="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어떤 업적을 이뤘나."

"경제를 안정시키고 연금을 크게 올렸습니다."

"체첸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체첸 공화국은 러시아의 일부며, 분리 독립을 시도하던 반군들은 완전히 섬멸됐습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청년 조직 나시(Nashi:우리들)의 간부가 여름 캠프 참가 희망자를 면접하며 주고받은 문답이다. 나시는 모스크바 부근에 있는 정부 산하 휴양소에서 2주간 이데올로기 교육과 체력 단련 프로그램으로 짜인 여름 캠프를 열 계획이다.

#장면 2= 5월 2일 모스크바 시내 에스토니아 대사관. 나시 회원 수십 명이 옛 소련권 국가 에스토니아의 대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대사관 건물에 난입했다. 이들은 에스토니아 국기를 찢고, 대사를 위협했다. 앞서 에스토니아 당국이 수도 탈린에 있던 옛 소련군 동상을 철거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올해 말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는 청년 조직 나시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나시는 2년 전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창설됐다. 크렘린이 조직 결성에 막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옛 소련권에 불어 닥친 색깔 혁명(민주 시민혁명)의 물결이 러시아로 밀려오는 것을 차단하고 청년들 사이에 반정부 사상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집안 단속 성격이 강했다.

그 뒤 이 조직은 규모를 계속 확대해 현재 2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러시아 최대 청년단체로 성장했다. 모스크바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도 지부가 생겼다. 이 조직의 최대 활동 목표는 반정부 세력으로부터 푸틴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사상적 혼란에 빠진 청년들에게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일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대외적으론 반서방 운동도 펼친다. 조직 결성 선언문은 "미국과 국제 테러세력이 유라시아와 전 세계를 통제하겠다는 야심 아래 러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60년 전(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선조가 그랬듯이 조국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시의 요란한 활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 조직을 소련 시절 공산당의 청년조직(콤소몰)이나 중국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의 홍위병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나시 소속원들이 반정부 시위대와 맞서기 위해 군사훈련에 준하는 단체 교육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유철종 기자, 강수진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