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학 뇌물 먹고 … 훈련비 빼돌리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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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뇌물을 받고 자격 미달 학생들을 편입학시켜 준 체육고 교사들이 적발됐다. 교사들은 학생 훈련비를 횡령하고, 법인카드로 속칭 '카드깡'까지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9일 돈을 받고 학생들을 부정 편입학시켜 주고 학교 공금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서울체고 사격부 교사 조모(46)씨를 구속했다.

서류를 조작해 편입학생 부정 선발에 간여한 레슬링부 교사 유모(48)씨를 포함한 이 학교 전.현직 교사 11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그러나 이 학교 사격부에 부정 편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 청와대 비서관 K씨의 딸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사 조씨는 2004년 2월 인문계 고교에 재학 중이던 김모군의 편입을 도와주고 학부모로부터 2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김군을 포함해 학생 4명을 부정 편입 또는 입학시켜 주고 학부모들에게서 9500여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조씨는 편입 대상자 중 3명이 사격전문기능검사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처럼 성적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다시피한 경우가 많았다"며 "학부모들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는 문제는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조씨는 또 총기 판매업체 S월드와 짜고 훈련용 총기 구입대금을 부풀리고, 식대비 결제용 법인카드를 받아 카드깡을 하는 수법으로 학교 공금 1억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불구속 입건된 레슬링부 유 교사와 육상부 김모(43) 교사도 조씨와 함께 공금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유 교사의 경우 법인카드로 30만원 상당의 쇠꼬리세트를 구입해 교장과 교감에게 상납하기도 했다. 선물을 받은 교장과 교감은 교육청에 통보조치됐다.

육상부 교사 이모(47)씨 등 교사 9명도 서류를 조작해 학생 10명을 부정 편입학시켰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종목의 정원이 부족할 경우 다른 종목으로 일단 합격시킨 뒤 나중에 원하는 종목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체고 외에 모 체육대학에서도 훈련비 착복 사례가 있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체고 사격부 교사 조씨를 이 날짜로 직위해제했다. 시교육청은 "구속된 조씨 외에 경찰 수사에서 불구속 입건된 교사들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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