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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망권' 재산가치 인정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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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강 조망권'을 처음으로 인정했던 서울고법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서울 동부이촌동 리바뷰아파트 주민 18명이 GS건설과 이수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8일 "주민들의 한강 조망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조망권을 침해당해 재산상 손실을 본 점이 인정된다"는 2004년의 서울고법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한강에 인접한 리바뷰아파트(10층) 주민들은 2003년 단지 앞에 있던 5층짜리 외인아파트가 철거되고 14~25층 높이의 한강자이아파트가 들어서자 소송을 냈다. "한강을 볼 수 없게 돼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GS건설은 한강자이아파트의 건설사이며, 이수건설은 토지 소유주다.

대법원은 "리바뷰의 조망 이익은 단지 앞에 5층짜리 아파트가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특별한 가치는 아니다"고 밝혔다. "동부이촌동 일대는 고층 아파트 건축이 허용된 지역"이라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외인아파트가 재건축되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망권을 인정한다면 리바뷰와 한강 사이에 있는 땅에는 어떤 고층 건물도 지을 수 없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한강자이를 지은 것은 토지 소유권에 기초한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리바뷰 주민들의 조망 이익 침해 정도는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참을 수 없는 정도를 넘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또 서울 옥수동 현대아파트 주민 48명이 단지와 한강 사이에 들어선 풍림아파트 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망권 배상 사례 없어=대법원은 조망권 자체는 주민들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조망권 침해에 따른 배상액 산정이 일조권에 비해 객관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조망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조망권이 부동산 가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법적으로 보호를 해 줘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간간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은 2004년 "주택의 장소적 가치가 조망 이익에 의존한다면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성우 기자

◆조망권과 일조권=조망권은 특정한 위치에서 밖을 바라볼 때 자연경관이나 역사유적 같은 특별한 경관을 볼 수 있는 권리다. 특별히 자신의 노력이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반사적 이익이다. 이 때문에 최근 법원에선 쉽게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일조권은 건강 관리나 성장을 위해 최소한의 햇볕을 쬘 수 있는 권리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4시간 이상 햇볕을 보지 못하면 일조권 침해로 판단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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