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독학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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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록 소설속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허생과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교하면 재미있다. 이 두사람은 일평생 남에게 배우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허생이 공부를 중도에서 작파해 뜻을 이루지 못한 반면 링컨은 마침내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 자리에 오른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허생이 10년을 공부해 얻고자 했던 목표가 무엇이었든지간에 그는 아내의 등쌀에 못이겨 7년만에 책을 내던지고 장사길에 오른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매점매석행위로 큰 돈을 벌지만 그것도 7년 공부에서 얻은 현실관이 바탕을 이룬 결과라는 견해다. 그래서 그가 독학 10년을 채울 수만 있었던들 어지러운 나라현실을 바로잡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반면 링컨은 겨우 6∼7세의 어린나이때부터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의 유품들을 보면 읽기·쓰기·산술 등 독학의 면학과정이 그의 남다른 노력을 생생하게 증언해 준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었든 아니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않고도 혼자 공부해 뜻을 이룬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발명왕」으로 불리는 에디슨이 학교에서 낙제를 거듭하자 학교공부를 집어치우고 독학으로 세상의 문리를 터득했다는 것도 유명한 얘기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학교의 졸업장이 마치 사회를 살아가는 면허장의 구실을 하고 있다. 독학으로 제아무리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학교를 졸업했다는 「증명서」를 갖지 않으면 취업도 힘들고 행세하기도 어려운 것이 우리네 현실인 것이다.
최근의 대학입시부정사건도 따지고 보면 학교교육만이 중시되는 사회풍조의 부산물인 셈이다. 학교교육과는 관계없이 실력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여야 하며,그런 점에서 독학으로 몇개의 과정을 거쳐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독학사제도는 앞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1백47명의 첫 독학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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