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투자 귀재 이야기] 역설계 기법 통해 연평균 29% 수익 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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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22면

10세 때 할머니의 무릎에 앉아 신문의 주식시세표를 읽고,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기업 보고서와 투자 서적을 읽던 소년이 있었다. 14세 때 변호사인 아버지가 갑자기 숨지자 이 소년은 가장이 됐다. 이후 그는 주위 사람들이 조금씩 갹출한 돈과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명문 예일대학을 졸업했다. 이 소년이 바로 연봉 1조원의 사나이로 성장한 ELS 인베스트먼츠 헤지펀드의 설립자 에드워드 램퍼트(46)다.

헤지펀드 ELS를 만든 에드워드 램퍼트

미국 언론은 램퍼트를 종종 ‘차기 워런 버핏(the next Warren Buffet)’이라 부른다.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 스타일뿐만 아니라 10대 시절부터 투자의 세계에 매료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램퍼트를 ‘넥스트 버핏’으로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을
인수해 그 기업의 현금흐름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 때문이다.

버핏은 1960년대 말 인수한 섬유업체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을 투자해 이 회사를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램퍼트는 2003년 파산한 미국 3위의 할인점 K마트와 유통업체 시어스 로벅을 인수, 이들 회사의 부동산 등을 매각해 확보한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인수 초기에 버핏이 이 회사의 잉여자금으로 네브래스카 보험회사와 일리노이 은행을 인수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실제 버핏은 램퍼트의 역할모델이기도 하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에서 근무할 때부터 램퍼트는 주주서한을 포함해 버핏이 쓴 글들을 가리지 않고 읽고 또 읽었다. 1989년엔 버핏이 있는 오마하로 가서 90분 동안 버핏에게 속사포 같은 질문을 퍼부었다. 특히 그는 버핏의 ‘역설계(reverse engineering)’에 큰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버핏은 70년대 게이코를 인수한 뒤 기존의 보험 비즈니스에 더해 투자 사업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램퍼트도 2004년 이후 K마트와 시어스 로벅에 대한 역설계에 나섰다.

지금까지 램퍼트의 투자성적표는 연평균 29%로 버핏의 25%보다 4%포인트가량 높아 넥스트 버핏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가 넥스트 버핏이 되기 위해선 지금의 성적표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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