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구당위원장 경선의 “이변”/민주당 강서갑 개편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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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신하던 현역 「뜻밖의 무승부」에 당혹
민주당의 서울 강서갑지구당이 8일 오후 위원장 자유경선의 개편대회를 치러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5공이래 우리 정당사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실시된 지구당위원장 직선대회에서 이 실험을 도입한 국회의원 박계동위원장은 경쟁자로 나선 구의원 김용준씨(건축업)와 무승부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는 이 「이변」은 집행부측으로서는 상상외의 일이었다.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국사회병리연구소 강당에서 열린 개편대회에서 박 의원은 김용준부위원장과 위원장경선에 나서 「무난한 재선」을 노렸으나 1백48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1차투표에서 71대 71(무효 6)로 비겼다.
이에 중앙당임석관이 대의원 정수문제를 제기해 2시간여의 정회소동을 벌였다. 개편대회는 결국 유회돼 다시 열 수 밖에 없게 됐다.
중앙당임석관은 당규에 따라 1주일전 보고받은 대의원수가 90명인데 실제투표자수가 많은 것을 문제삼았다. 지구당상무위원회가 중앙당보고후 대의원수를 1백98명으로 확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고 여기에 박 위원장측이 동조했다.
그러나 김씨측은 대의원확정은 지구당상무위에서 합법적으로 결의된 사항이라고 반발,결국 대회가 유회되고 말았다.
박 의원은 『이상과 현실이 반반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며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며 경선제도입에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결과는 지구당 운영에 대한 후보의 「비전」에 대한 대의원들의 평가라기보다 다분히 계보간의 뿌리깊은 갈등과 앙금의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초 출마의사를 밝혔던 신민계의 전 지구당위원장이 김씨를 지지하며 출마를 포기,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박 의원측은 보고 있다.
김용준씨는 『지난 총선에서 낙하산 공천된 박 의원을 성심성의껏 도와주었으나 나를 소외시키고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해왔다』고 도전배경을 밝혔다.
이같은 경선결과의 의외성에 대해 당내평가는 다양하다.
김덕규사무총장은 『경선제 도입자체는 바람직하다』며 『다만 경선과정에서 정족수미달로 유회된 것을 볼때 이상과 현실사이의 벽이 있음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개혁정치모임은 9일 상임운영회의를 열어 『당내 민주화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통으로 담담히 받아들인다』고 정리. 천편일률적인 위원장 구두호천과 박수통과로 진행되는 지구당개편대회를 경선제로 탈바꿈한 이날 행사는 정당민주주의 시금석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극복되어야 할 여러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동시에 드러내주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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