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엔 내가…”자기선전 한창/YS함구속 민자인사들 애타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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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가 적임자”당위성 강조 자기옹호형/힘있는 인물 찾아 줄대기 막후로비형/똘똘뭉쳐 측근 밀어주기 계보추천형/경쟁자 절대불가론 펼쳐 흠집내기형/기용설 언론에 슬쩍 흘려 고의노출형
김영삼차기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 구성과 조각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민자당 내에는 인선구상에 영향을 주기위한 갖가지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기용돼야할 당위성을 반공개적으로 떠벌리는 「자기옹호형」이 있는가 하면 김 차기대통령의 인선에 직·간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가 은밀히 당부하는 「막후로비형」도 있다.
또 자신과 가깝거나 같은 계보에 속한 인물을 적극 추천하고 합심해서 밀어주는 「계보추천형」도 있으며 경쟁세력중 등용가능성이 있는 인물에 대해 불가론을 펴면서 탈락시키는 「흠집내기형」까지 있다.
심한 경우 인사의 보안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김 차기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역이용,경쟁이 될만한 사람의 이름을 일부러 언론에 흘려 탈락시키는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는 「고의적 노출형」마저 나타나고 있다.
○…인사를 둘러싼 민자당내 백태는 기본적으로 김 차기대통령이 인선내용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실제 김 차기대통령을 독대한 민자당과 외부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좋은 인물이 있으면 추천해 보라고 얘기할뿐 추천된 인물들에 대해 일제 가부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차기대통령측은 『인사를 둘러싼 당 안팎의 잡음도 인선내용이 발표되는 순간 사라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민자당내의 이러한 모습들은 표면상 『김 차기대통령의 개혁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참신한 인물들로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거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있느냐. 대통령의 개혁의지만 확고하면 오히려 행정경험과 통솔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등의 겉옷을 걸치고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왕설래는 김 차기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간 뒤의 당 주도권 장악내지 자신의 위상확립을 위한 속셈과도 관련이 있다. 개중에는 청와대 비서실이나 YS의 측근에 자신의 인맥을 심어두어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뜻을 빠르고 정확하게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하려는 심모원로도 숨어있다.
청와대비서진과 내각,당3역 등이 어떤 진용으로 짜여지느냐 하는 것은 여권내 권력게임의 초반 판세를 결정하는 주요변수이기 때문이다.
○…자기홍보형은 대체로 김 차기대통령과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인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언론인출신 모의원의 경우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때 추대위에서의 공로와 국회상임위 경력 등을 내세우며 『문화부·공보처 등 어디든 할 수 있다』고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야당에서 최근 입당한 한 전의원은 『개혁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야당 출신을 써야한다』『나는 언제나 YS맨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4선의 또 다른 전의원은 『지역구 위원장도 아니면서 추대위에서 시작해 대선까지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주장한다.
호남 출신 지구당위원장인 C·L·C씨 등은 한결같이 지역감정 해소차원에서의 기용을 기대하면서 호남에서 고생한 「보답」을 강조하고 있다.
K의원은 자신의 사회복지 분야 경력과 「YS대통령 만들기」의 공헌도를 내세우며 『이제는 의료인이 보사부장관을 맡던 시대가 지났다』는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직 인수위의 몇몇 의원들은 『인수위원으로 일한 이상 YS 직계로 분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인수위 구성원들을 보면 연령도 50대 중·후반에 나름대로 능력도 있고 딱히 꼬집을 약점도 없는 사람들 아니냐』면서 자신들이 김 차기대통령 집권 5년중 언젠가는 중용될 인물임을 은근히 내세우기도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거명되는 한 원외인사는 비서실장의 조건으로 ▲행정경험이 있고 ▲김 차기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으며 ▲국제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우회적 방법으로 자기를 내세우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의 특보·보좌역들도 『현직에 있는 사람을 데려다 쓴만큼 그냥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YS는 의리를 중시하는만큼 대가가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계의 P·K의원,민정계의 K의원 등은 정무1장관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의 당운영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당사무총장 등을 놓고 김영구총장이 유임을 희망하고 있으며 K·K·C의원 등 중진들이 YS의 낙점을 기다리는 눈치다.
○…거명되는 인물들에 대한 흠집내기도 만만찮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지금까지 신관근무에서 대통령과 함께 본관에 근무토록 하는 등 외형상·실질상 대단한 역할을 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6공장관을 지낸 어느 의원이 요직물망에 오르자 『수구세력의 음모』『YS의 개혁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반론이 제기됐으며 민주계 일부에서 원외인사를 비서실장에 추천하자 김 차기대통령 가신그룹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반대했다.
특보나 보좌역,비서실 등에서는 이미 나름의 줄을 잡아 입각 또는 청와대 비서실 기용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면서 경합자의 부적격 사유를 흘리거나 『김 차기대통령과 독대를 자주한다』면서 등용을 기정사실화 하기도 한다.
당사무총장 거명자에 대해서는 『장악력이 약하다』『실세가 아니다』『YS의 개혁의지를 당에 반영시킬 수 없는 구시대의 정치인』이라는 등 불가론이 제시되는가 하면 외국사례까지 들면서 YS의 「포용력 있는 인사」를 강조하는 사례도 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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