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윤리 저버린 조직범죄/전모 드러나는 광운대 입시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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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직교수·총장 친인척들 무더기 가담/「기부금1억+소개료」 공공연히 모집
광운대 입시부정사건은 총장 친·인척과 대학 고위관계자가 대거 개입해 저지른 조직적 비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기부금을 「1억원」으로 정해놓고 서울시내 주요 고등학교나 학부모들을 상대로 공공연히 부정입학생을 모집했다는 점에서 마비된 사학윤리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역으로 7일 경찰에 자수한 조하희교무처장 등 관련자들의 지금까지 진술을 종합하면 광운대는 대학 교직자와 조무성총장의 친·인척이라는 두가지 「루트」를 통해 금년 후기대에서만 43명으로부터 40여억원을 거둬 들였다.
현재까지 알선자로 등장한 고위 교직원은 조 교무처장을 비롯,관리처장·비서실장·산업정보대학원장·인문사회대 학장·기획과장·도서관과장·장학과장 등 8명이다.
입시부정을 지시한 조 총장과 성적변조에 가담한 전자계산소장·교무과장·전산부장,부정입학을 의결한 부총장·기획관리실장·학생처장 등까지 포함하면 학내 주요 인사 대부분이 부정입시에 연루된 셈이다.
특히 조 교무처장이 기부금 입학극의 주연이었다면 부정입시를 지시한 조 총장은 이 시나리오의 원작자였다.
총장 친·인척측 알선자도 조 총장의 누나인 정남·정길 자매,처남 이도원,친지 서병화,제수 최옥주씨 등 5명에 이른다.
이들이 알선하면서 받은 돈은 조 교무처장이 모아 재단 예금계좌로 전달,학교운영자금으로 유용됐다.
이들이 학부모들로부터 받아낸 기부금은 1억원으로 미리 정해져 있었다고 조 교무처장은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수천만원 많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는 알선자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이다.
학부모 김월순씨가 낸 1억5천만원의 경우 강동고 이두산교사와 조정길씨,장창현관리처장을 거치면서 이들 3명이 5천만원을 수수료로 챙겼기 때문에 정작 조 교무처장에게 전달된 금액은 1억원이었다.
조 교무처장이 알선했을 때는 예외없이 1억원인 반면에 친·인척들이 브로커로 개입됐을 때는 학부모들이 내는 기부금액이 커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친·인척들이 입시브로커로 활동하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겨 조 총장이 골치를 앓았고 특히 조정남씨의 경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90년 『부정입학을 알선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냈었다.
조 총장은 보직교수들과의 술좌석에서 자주 『누나때문에 학교가 망하겠다』고 푸념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조 교무처장은 경찰에서 92년 후기대 입시부터 부정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그 이전부터 있었다고 학교관계자들은 말한다.
즉,이전에는 은밀히 소규모로 부정입학생을 받아들이다가 91년 1백20억원의 공사비가 드는 연구관·문화관 착공이후 재정상태가 악화되면서 대대적인 기부금 입학생 모집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91,92년 입시때는 강동고 이두산교사가 광운대에 기부금입학을 청탁했지만 93년 입시때는 입장이 역전돼 학교관계자가 이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정입학생을 모집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재정이 어려워졌다.
이번 사건에 개입된 학교관계자들은 『사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고 보조금이 거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부정행위를 정당화해 대학인의 「마비된 양심」을 보여줬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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