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덕선 교수(40·의대성형외과)는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사제겸업」을 앞두고 요즘 마음 가다듬기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교수로 틀이 잡힌게 햇수로 4년째인 그는 이번 봄 학기부터 석사과정(고려대 불문과)의 대학원생이 되어 한편으로 가르치고 한편으로 배워야하는 입장이 됐다.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불문학과 성형외과학을 오가며 수없이 사↔제로의 변신을 꾀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꼭 하고 싶은 불어공부였지만 막상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고 보니 겁이 납니다.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고요.』 안 교수는 개학을 코앞에 둔 「학생답게」마음을 낮추었다. 이미 불문과 지도교수와 한치 빈틈없는 사제관계를 약속한 터지만 학생이라는 심적 부담을 그는 완전히 떨칠 수 없는 듯 했다.
안 교수가 이번에 택한 전공은 불어학. 전문의 과정을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마친 것이 불어와 친숙해진 계기가 됐다고.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를 공용어로 하고있다. 그는 자신의 소질이나 취향이 「문과쪽」이라며 『의사가 된뒤로도 이 방면에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 없어「호시탐탐」기회를 노려왔다』고 말했다.
그가 불문과대학원 시험을 치른다는 사실은 식구들은 물론 병원관계자들도 눈치채지 못했다. 『떨어지면 망신스럽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안 교수는 누구에게도 시험 본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아침 회진 돌고 오전 시험보고, 병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하고 오후시험 치르는 식의 「시치미 작전」으로 일관했다. 이번 시험에는 13명이 응시해 안 교수를 포함, 3명이 합격했다. 불문과 대학원에 그가 진학했다는 사실이 주변에 꽤 알려진 요즘, 안 교수는 몇 몇 개인목표를 「공개」하며 꼭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다. 프랑스 학술지에 불어의학논문을 써내고 불어의학사전을 펴내는 것은 그가 우선할 일들이다. 이 같은 작업은 프랑스가 정형외과학의 원조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터여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김창엽 기자>김창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