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피뽑다 감염… 의사사망/20대 수련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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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사에 찔려 간염옮아… 국내처음/동료의사들 의협에 보상탄원서
수련과정에 있는 20대 의사가 간염환자의 채혈과정에서 주사기바늘에 찔린뒤 급성간염에 감염돼 전격성 간염으로 숨졌다.
5일 대한의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경찰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중이던 의사 전용규씨(27)가 지난해 11월초 간염환자의 피를 1회용 주사기로 채혈,검사실로 가져가기 위해 주사기바늘 뚜껑을 닫는 과정에서 손가락끝을 2㎜ 가량 찔린뒤 급성간염에 걸려 지난달 23일 경찰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혼수상태에 빠져 가망이 없다는 병원측 통보를 받고 29일 오후 모교인 경희의료원으로 옮긴뒤 이튿날인 30일 오전 2시쯤 합병증인 전격성간염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주사기바늘에 찔리는 등 질병에 감염돼 사망한 것은 국내 의료계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전씨는 주사기바늘에 찔린뒤인 지난해 11월7일 셋째형의 결혼식에 참석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간염증세에 시달려왔으나 수련의과정의 업무과중에 따른 몸살감기쯤으로 여기고 일을 계속해오다 심한 피로를 이기지 못해 지난달 22일 스스로 피를 뽑아 검사한 결과 급성간염으로 판명되자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경찰병원 레지던트 김영봉씨(26·이비인후과) 등 의국원들은 전씨 사망사건을 직무집행상 발생한 것으로 보고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4일 대한의학협회에 냈다.
대한의학협회 김선호부회장은 『전씨 진료기록부의 항원항체반응 검사 결과와 전씨가 바늘에 찔린뒤 줄곧 피로감을 호소하며 주사를 맞는 등 나름대로 혼자 치료해왔다는 동료들의 진술 등으로 미뤄 진료중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반을 구성,전씨 유가족이 준비중인 국가를 상대로한 소송에 고문변호사를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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