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까맣게 잊은 수첩 갈피에 둔 아네모네 꽃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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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까맣게 잊은 수첩 갈피에 둔 아네모네 꽃향기’ - 바야르마(1974- )

까맣게 잊은 수첩 갈피에

마른 아네모네가 남아 있네

내일이 소중할까, 오늘이 소중할까?

그곳에서 아네모네 향기 난다

그 해 나는 하노버에서 꽃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다

그 꽃에서 향기를 맛볼 수 있었는데

옛 시 수첩 갈피에

아네모네 하나가 남아 있네

시 수첩에서

젋은 시절 슬픔이 날아다닌다

아네모네 향이 나네

내 시 수첩

아네모네가 되었네

내 시에서

아네모네 향이 나네


6월 말 방한했던 몽골리아 여성시인 시. 아네모네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다. 시 수첩 갈피에서 꽃을 발견하고 세월이 흐른 것을 알았다. 마른꽃에서 순정했던 시절의 향이 피어나 나는 아득해지고, 수첩은 꽃이 된다. 아네모네 하나와 슬픔 하나가 동일하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아네모네 하나가 시처럼 남아 있다. 난딩 째째그 번역이다. <고형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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