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기현상/회복조짐 뚜렷한데 일자리는 안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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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업들 “아직 못믿겠다” 투자기피
미국경제는 최근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면서도 고용이 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는 빌 클린턴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선행지수가 상승하는 등 분명한 회복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또 민간기업들의 구매지수도 지난해 12월의 55.4%에서 1월에는 58%로 급상승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투자분위기를 말해주는 이 지수는 44.5%를 넘으면 제조업이 확장되고 있음을,50%이상은 전경제가 튼튼한 기반을 얻어 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정부의 경기선행지수와 함께 앞으로의 경제를 예측하는 주요지표로 사용된다.
그런가 하면 신축주택 구매도 지난해 11월에 이어 12월에 6.3% 증가했다.
이같은 부동산구매열은 집값의 일시적 상승을 보이면서 지난 5년동안 움츠렸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여러 근거를 토대로 뱅커트러스트사의 수석경제연구원 존 윌리엄은 『미국경제가 회복단계를 넘어서 확장단계에 있음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일부에서는 미국경제가 올해 4%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뉴욕의 베어 스턴사 로런스 크드로 수석경제연구원은 이 추세대로라면 『올 경제성장이 4%에 달할 것이고 실업률도 1%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회복조짐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늘지않고 있음은 전통적인 경제논리로 볼때 기이한 것으로 지적되며 현재의 경기회복이 튼튼한 것이냐에 의문을 제기해 주고 있다.
노동부가 곧 고용상황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업률 7.3%라는 마의 벽이 깨질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IBM이나 시어즈 등 대기업들이 대대적 감원을 하고 있고 경기확대로 이익이 늘어난 기업들도 기존노동력의 시간외 작업이나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면서 신규고용을 좀체로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확대로 일부 소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있으나 대기업들의 감원이 이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웃돌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데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불경기에 감원을 한 기업들이나 신규투자기업들이 신규고용보다는 자동화 등으로 인력을 대체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길을 선택하고 있고,상당수 기업들이 경기회복의 지속성여부에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도 고용이 늘지 않은 현상으로 소비중심의 미국경제는 회복이 된다해도 상당한 한계를 보일 것같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시켜줄 소비가 늘지 않고 이는 다시 경기를 위축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회복과 일자리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클린턴행정부는 단기경제부양을 위해 3백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그의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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