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로스쿨 선정, 교육부 전횡 막을 방안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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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관한 법이 통과됨으로써 한국 사법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고시·사시 제도가 역사에 묻히고 법학적성시험에 합격, 3년 과정의 로스쿨을 마친 뒤 소정의 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 자격증이 주어지며 자격증 소지자 중에서 판사·검사를 선발·임용한다. 계획대로라면 2009년 3월 로스쿨이 개원되고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될 전망이다. 도입 논의만 13년, 법안이 상정되고도 22개월이나 표류해 온 법안이 매듭지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가장 큰 쟁점인 로스쿨 입학 정원부터 법조계와 학계·시민단체의 주장이 각각 1300명과 3000명으로 너무 다르다. 대학 선정도 난제다. 전국 97개 법과대학 중 40개가 로스쿨 유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최종 인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은 10개를 크게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소양을 가진 법률가를 배출함으로써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따라서 모든 문제를 법률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 정원과 인가 여부를 결정할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모든 당리당략적 이해와 이익집단의 왜곡된 주장을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특히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 교육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교육부가 로스쿨 설립을 조건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특별한 감시가 필요하다. 법조계도 대승적 차원에서 사심 없이 협력해 제도가 정착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로스쿨 도입에 따라 판·검사의 임용 문제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사시에 합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판사가 되는 지금의 시스템은 분명히 잘못됐다.

로스쿨은 대학 졸업 후 3년간 교육을 받아야 하며 학비도 6000만원이나 들어 서민층에게 부담이다. 장학금과 학자금 저리 융자 등을 넓혀 자격이 되는 사람 누구에게든 수학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