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상 된 정치권 신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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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해인 갑신년(甲申年) 새해는 초반부터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파 간의 기세 싸움으로 격돌의 파노라마가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 때보다 격전이 예상되는 4.15 총선과 관련, 유지담 선관위원장은 새해를 '병든 정치를 수술하는 해'로, 총선일인 4월 15일을 '수술 날짜'로 선언했다. 불법.금품 선거에는 가차없이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의지였다. 柳위원장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양강(兩强)구도'발언과 관련, 현직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 차원의 첫 공식 제재 조치를 내려 이 같은 기류를 예고했다.

총선 심판위원장의 차가운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는 벽두부터 이해관계의 뜨거운 충돌을 면키 어려울 조짐이다. 새해에 열린우리당과 함께 '도농 복합선거구제(도시는 중선거구,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盧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정치 개혁 원년(元年)'으로 규정했다.

'선거는 구도'라고 강조해 왔던 盧대통령은 "17대 총선은 지역 구도 완화와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는 일대 전기"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아예 선거구제 획정 단계부터 직간접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분위기다. 중선거구제의 도입은 盧대통령의 부산 인맥, 열린우리당의 영남권 도시 잠식이라는 총선 목표와 밀접히 연계돼 있다.

열린우리당도 盧대통령과 맥을 함께 했다. 김원기 공동의장은 신년사에서 "지역주의 정치, 부패정치, 힘과 수에만 의존하는 정치론 나라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1월 11일 전당대회 직전 盧대통령의 입당을 최근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그 결과와 파장이 주목된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7대 총선을 통해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국정 혼란에 마침표를 찍자"며 '현 정권의 실정'을 총선 과녁으로 설정했다. 공천 문제로 당의 분열 위기를 맞은 崔대표가 분란을 어떻게 추스를지도 총선 가도의 주요 변수다. 崔대표는 "한나라당부터 고칠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겠다"고 일단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일부 무책임한 세력의 분열과 배신으로 정권 재창출을 이룬 당이 찢어졌다"며 盧대통령의 배신을 총선 명분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굳건한 안보를 유지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며 보수정당, 충청 맹주로서의 권토중래에 의욕을 내비쳤다. 16대 총선에서 등원의 문턱까지 갔던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는 "진보정당 원내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신년사를 택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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