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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 상정 … 폐회 5분 남겨놓고 '땅땅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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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둘째)가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左)의 어깨를 잡고 바깥으로 나가 얘기 좀 하자고 끌고 있다. 오른쪽은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뉴시스]


"오늘 처리하기로 했다."

3일 오후 10시20분 열린우리당 의원총회를 끝내고 국회 본청 246호를 나서던 몇몇 의원들이 전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사립학교법-로스쿨법안 처리 여부를 토론한 지 두 시간 만이었다.

13년 간 논의해 왔던 로스쿨 법안과 1년6개월여 끌었던 사학법 재개정 여부가 결판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의총 내내 잇따른 반대 발언으로 시끄러웠다고 한다.

정청래 의원이 도중 "(사학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당론을 변경하면 무효 소송을 내겠다"고 박차고 나온 일도 있었다. 한때 "열린우리당이 의원들 반발 때문에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 밖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결국 표결로 정했다. 한나라당과 합의한 대로 사학법 당론을 변경할지 묻자 무려 38명의 의원이 찬성했다고 한다. 반대는 절반 수준(16명)에 그쳤다. 곧이어 이날 처리할지를 묻자 30명의 의원이 손을 들었다. 반대 의원은 22명 정도였던 걸로 알려졌다.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목소리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컸지만 그간 침묵했던 다수가 표로 의사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후 임채정 국회의장을 만났다.

한나라당과 중도통합민주당에 이어 열린우리당도 교육위에 계류 중인 두 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상정되길(직권 상정) 바란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법안은 곡절 끝에 임시국회 폐회 5분 전에야 통과됐다. 길었던 기다림에 비해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가량이었다. 급하게 준비하는 바람에 조문 작업이 늦어진 것도 한 원인이었다.

자정을 넘겼다면 본회의는 국회법상 자동 산회돼 사학법과 로스쿨 법안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뻔했다. 사실 두 법안의 운명은 이날 하루에도 여러 번 왔다갔다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물건너가는 듯했다. 29일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사학법의 최대 쟁점(개방형 이사 추천위 구성 방식)을 양보하면서 이날 통과가 확실시됐지만 다시 '없던 일'처럼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건 폐회를 7시간여 남겨뒀을 때다. 한나라당 김형오, 열린우리당 장영달, 중도통합민주당 강봉균 원내대표 등 원내 1, 2, 3당의 국회 사령탑이 만나 "사학법안과 로스쿨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썼다. 한나라당이 로스쿨법안 일괄 처리에 동의한 것이다.

이들은 당초 교육위-법사위 절차를 밟으려고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국회 교육위 회의장을 점거하자 직권 상정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상황이 다시 미묘해졌다. 열린우리당 내 반발 기류 탓에 당 지도부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통과되는 순간도 쉽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과 민노당 의원 등 10여 명이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사학법 개악에 반대한다. 누더기 국민연금법 규탄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고정애.남궁욱 기자

재개정 사학법 내용

-이사 정수 중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수는 5인 이상 홀수. 일반사학 위원회 구성은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과반으로 함. 신학대학, 승가대학과 같이 종교지도자를 양성하는 종교사학은 이사회(종단) 가 과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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