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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할 ‘랜드마크 농산물’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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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초고층 빌딩들이 속속 건설될 것이라는 뉴스에 ‘랜드마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랜드마크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을 말한다. 국내에도 수많은 빌딩이 있지만 아직까지 랜드마크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국내 농업 분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대에 위치해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해외에 내놓을 만한 대표 농산물이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 한때 인삼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김치가 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다시피 했지만 기생충 파문 등으로 몇 년째 주춤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른 산업계의 손익 분석에서 농업계의 손실이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인이나 농업 전문가들은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농산물을 농업인과 전문가 그룹, 정부가 손을 맞잡고 만들어 내는 것도 위기에 처한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 방법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우리의 조선·반도체처럼 경쟁력 있는 랜드마크 농산물을 만들어 낸다면 강력한 협상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포도주나 호주 쇠고기 등 그 나라를 상징하는 농축산물은 무역협상에서 상대국에 강력한 무역협상 카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도 프랑스의 포도주, 호주의 쇠고기와 같은 랜드마크 농산물이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농산물은 결코 하루아침에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사 이래 한국 농업의 최대 위기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랜드마크 농산물을 만들어 간다면 새로운 희망의 빛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박원현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