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노역 사상자 30만 명"|재일 한국청년동맹 북해도지부위원장 임병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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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들어 아이누인과 재일 한국인간의 연대활동이 잦아졌다.
지난해 12월 13일 삿포로시내에서 열린 정신대문제 심포지엄「전후 보상재판을 지원하는 삿포로모임」에는 아이누 우타리 협회회원 50명이 집단 참가, 종군위안부의 증언을 열심히 경청했고, 7일「국제원주민 해와 아이누인권」집회엔 재일 민단, 조총련관계인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삿포로 토박이 재일 한국인2세 임병택씨(45·재일 한국청년동맹 북해도지부위원장)도 그 중의 한사람.『일본 내에서는 재일 한국인도 아이누와 함께 차별 받는 소수민족』이라면서 동병상련하는 처지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씨는 조그만 사업을 하면서도 재일 한국인의 인권문제운동에 적극참가, 이 지역 교포사회에서는「지도자」로 통하며 강제징용·정신대관련 잊혀진 역사 찾기에도 열심인 향토사학자.
그의 최근 관심사는 삿포로지역에 남아 있는 강제연행의 흔적을 재정리하고 이를 양심적인 일본인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이다. 11월 28일엔 삿포로시민 3백 명이 발기한 강제징용조선인의 참상을 재현한 연극『지금도 들리는 모이와(조암)의 외침』을 성공리에 주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인들도 과거 일본이 저지른 강제연행의 진상을 잘 모르고 있어요. 정부나 학교가 이틀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탓이지요.』임씨는 풀뿌리시민차원에서 시민그룹과의 연대필요성을「교육기회의 제공」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정신대문제와 강제징용 자의 명부조사와 관련, 그는『일본정부는 사실을 규명하려는 것보다 사실은폐에 시종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7월 일본정부가 발표한 종군위안부 조사결과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종전『위안 소 설치에 정부가 간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부인하던 일본정부가 발표에서『군이 간여했다』고 뒤늦게 시인하면서도 여전히 강제로 연행한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국립공문서 관 비밀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36년보다 훨씬 앞선 33년4월 이미 홋카이도 주둔 제25, 26연대가 만주사변과 함께 만주로 파견되면서 위안 소를 설치한 기록이 있고 종군위안부의 비율도 대부분이 조선여성인 것으로 드러나 공식발표가 허위임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홋카이도지역 강제연행 실태조사의 중요성에 대해일본정부가 홋카이도 탄광회사 등 기업체를 통해 일찍부터 조선인 노동자인력을 개발(식민)정책에 활용한 배경이 있는 만큼 그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두었다.
그의 연구로는 해방직전까지 일본 전국에 연행된 조선인은 모두 1백50만 명이며 그중 3분의 1인 50만 명이 홋카이도에 투입, 혹사당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노동에서 희생당한 사상자는 약30만 명.「사람이 매장된 채 그대로 콘크리트로 굳혀 버린 사람기둥(인주)」란 말이 있을 정도로 홋카이도의 산하에는 조선인의 피와 땀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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