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시대의 개막(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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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21일 새벽(한국시간) 제42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미국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미국과 세계가 다 같이 변혁을 요구하고 있을때 변화를 내건 클린턴의 취임은 그가 46세의 전후세대라는 점에서 더욱 변화에의 기대를 고조시킨다.
미국은 반세기 가까운 소련과의 냉전을 승리로 끝냈다. 그 결과 자유세계를 위협해온 공산주의는 소멸해 가고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남아있다. 미국의 승리는 대중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우월한 정치이념과 효율적인 시장경제원리,그리고 우세한 경제력이 뒷받침 하는 군사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승리와 함께 많은 후유증도 떠맡게 됐다. 비록 소련은 붕괴됐으나 독일·일본 등 경제적으로 성공한 새로운 대국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있다. 미국은 우선 적자에 허덕이는 경제를 재건하고 포스트 냉전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걸프지역과 유고슬라비아·소말리아 등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안과 비극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같은 과제들은 바로 미국의 짐이고 그 짐은 신임 클린턴대통령이 질 수 밖에 없다.
클린턴은 「변화의 기수」답게 스스로 「새로운 미국의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을 보여왔다. 그는 미국의 재단합­새출발­새희망을 외치며 각료구성에 4명의 흑인과 4명의 여성,2명의 남미계 소수민족 출신을 포함시키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가 물려받은 승리후의 짐과 상처는 그런 외형적 제스처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클린턴은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의 주역이다. 앞으로 세계의 중심과제는 경제이고 그 주체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질서의 기본이념은 세계인류 전체의 공존공영이어야 한다. 클린턴은 이런 세계적 이상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미국경제의 재건이 더욱 시급한 일일 것이다. 92회계연도의 미국 재정적자는 3천2백73억달러이고 91년의 무역적자가 6백62억달러,지금의 실업률은 7.5%다. 이런 열악한 경제상태를 회복키 위해 그는 임기내 재정적자 50% 감축 등의 공약을 내놨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를 강화하면서 시장개방 압력이나 덤핑판정 강화 등의 방법으로 타국에 대한 경제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류의 공영이나 미국의 건국정신과는 걸맞지 않는다.
미국은 우리와 특수관계에 있다. 마침 다음달엔 한국도 새정부를 맞는다. 앞으로 동북아 질서 개편과 한미관계 발전은 기존의 전통적 혈맹관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변화의 시대에 변혁의 신세대 지도자가 펼쳐나갈 새로운 미국,새로운 세계는 세계인 모두가 환영하는 모습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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