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 팔아 장학생 키운다"|충남 부여 민순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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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집한 갖가지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7년째 불우한 이웃 학생들의 학자금을 지급해 온 「역순이 아줌마」민순덕씨(55·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교리)가 맞은 계유년 새해는 남다른 기쁨과 보람으로 시작됐다.
이는 민씨가 그 동안 학비를 지원해 온 중-고교생 9명 가운데 올 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3명이 장학생 등으로 전기대학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기 때문.
이들은 공주사대부고 3학년 오현정 양(18 부여읍 가증리)과 부여고교 3년 이은석 군(18· 부여읍 구교리), 공주고교를 중퇴한 후 검정고시를 거친 오정록 군(20·부여읍 가증리)으로 오 양은 공주교대에, 이 군은 금호공대 산업공학과에 장학생으로 각각 합격했으며 오 군은 공주대사학과에 무난히 합격했다.
주위에서「억순이」로 통하는 민씨가 이같이「이웃사랑」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84년 1월 남편 김종원씨(55)가 교통사고를 당해 가산을 치료비로 탕진한 후 실의에 빠져있을 때 이웃과 친지들의 도움을 받아 회 생하면서부터 민씨는 자신의 가족이 받은 이웃들의 이 같은 고마움을 갚기 위해 여생을 불우 이웃돕기에 바칠 것을 결심, 86년부터 7년째 이웃사랑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편 김씨와 단둘이 사는 민씨는 손수레를 마련, 이때부터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이면 부여읍내 골목을 누비며 폐지와 빈 병을 모아들이고 낮에는 드넓은 백마강변 시설원예 단지를 돌며 폐비닐을 수거해 실어 날랐다.
민씨는 산더미처럼 모아 놓았던 폐품을 팔아 받은 돈을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나누어주었다.
지난해에는 중-고교생 9명에게 6백21만원을 학자금으로 나누어주었고 이들 가운데 고교과정을 마치게 되는 오 양 등 3명이 나란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자「억순이 아줌마」는 오히려 당사자들보다 더 기쁨을 참지 못한 나머지 학생들을 얼싸안고 흐느껴 울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대문도 없는 슬레이트 목조 집 한 채뿐인 민씨는 처녀시절 6년간의 여군생활을 회상하며 새벽이면 어렴풋이 들려오는 기상 나팔소리에 단잠을 밀치고 일어나 손수레를 끌고 나서는 것이 이제는 직업(?)처럼 돼버렸다.
민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 마련 외에도 고아원 방문과 경로잔치 마련 등에도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상하고 가엾은 것들이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됐으니 이 어미의 부담을 덜어 주게 됐지요 하고 말하는「억순이 아줌마」의 얼굴은 계유년 새해의 남다른 보람과 새로운 각오로 가득 찬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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