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사재기」 얄미워요(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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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후기대 원서마감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종로서적 주변에는 입시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수험생들을 울리는 「입시원서 사재기」 상인들이 올해도 등장,전국의 후기대 입시원서를 리어카에 가득 싣고 『원서 1장에 2천원,오르기 전에 빨리 구하세요』라고 외치며 원서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재수생인 딸(18)의 원서를 사기위해 종로서적 입시원서 판매 창구에 나온 하모씨(53·상업·서울 익선동)는 자신의 딸이 지원한 S대의 원서가 오전에 이미 모두 팔렸고,내년부터 시험제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딸을 3수시킬 수도 없어 후기대,명문으로 알려진 S대보다 비교적 커트라인이 낮은 S여대 원서까지 구할 요량으로 이들 상인에게 갔다 기분만 잡치고 말았다.
『아니,바로 옆에서 1천원에 파는 원서가 2천원입니까』라는 하씨의 항의에 30대로 보이는 남자상인은 『지금은 싼편입니다. 내일이면 돈 주고도 못구합니다』라며 「사기 싫으면 그만두라」는 태도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종로서적 직원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상인들은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올들어서는 원서를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잡상인 30여명이 몰려와 자기들끼리 활동구역을 정해놓고 자리싸움까지 벌인다는 것이다.
『마감날에는 원서값이 3,4배까지 뜁니다. 막판 눈치를 보며 원서를 네댓장씩 사가는 수험생도 문제지만 이를 이용해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잡상인들을 보면 더욱 얄미워요.』 종로서적 직원 김모씨(36)의 말.
수험생들이 입시과정에서 겪는 모든 경험은 성인으로 자라나는 통과의례라고 하지만 수험생들을 두번 울리는 이런 얌체 상혼으로 어린 딸이 혹시 사회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갖지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씨는 말했다.<한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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