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관행·차관이자까지 시비/미 상무부 통상압력 어디까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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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측 금융자율화 미흡” 불만으로 작용한듯
올해 한미통상마찰 파고가 드셀 것 같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의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내정자가 한국의 쌀시장 개방반대가 불행한 사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위협적으로 경고하는가 하면 한국의 금융정책내용까지 문제삼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국 재무부간에 금융개방을 위한 협의를 진행시켜오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같은 미국측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금리통제를 풀고 정책금융을 줄여가는 등 금융자율화를 촉진시켜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명확한 대응논리 제시도 요청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상계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 웬만한 업종은 다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된 상계관세는 수출품에 대해 수출국이 정부보조금을 주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입국이 그만큼의 금액을 관세로 매겨 제동을 거는 장치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철강판재류 4종에 대해 상계관세를 예비판정하면서 우리의 실세금리와 정책금융금리의 차이를 정부보조금으로 간주했다.
우리의 수출주력 상품인 핫코일의 경우 수출가격중 5.51%가 보조금이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그중 4.42%가 우리의 금융관행을 문제삼으며 저리 정책금융·외국차관 혜택을 이유로 한 것이다.
미국측은 한국기업의 사채시장 의존도가 높다며 실세금리를 연리 18∼19%로 추산,정책금융의 경우 10∼11%,외화대출은 7∼8%여서 5∼12%는 정부보조금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차관 역시 정부가 통제하며 나누어주는 특혜로 간주하고 실세금리와의 차(12%)를 보조로 보았다. 미국측은 이 주장을 하면서 한국의 사채시장실태에 대한 한국출신 재미 학자의 논문까지 제시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미국은 또 한국 금융관행 전반을 조목조목 짚으며 「특별지원」이 있다고 주장,비록 사실과 다른 대목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미국은 수출산업설비 자금 대출 등 특정산업에 대한 저리의 정책금융,전략산업 지원,서비스업에 대한 제조업 우대,이자율통제 및 은행 임원인사관여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간섭,금융자율화의 미흡 등을 일일이 문제삼고 있다.
우리 정부와 철강업계는 그러나 이는 미국측의 자의적 해석이라며 항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사채는 단기자금이므로 장기적인 설비투자금과는 관련이 없고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시책은 없으며 환율의 자유화 등 금융자율화가 상당히 진척되어 있어 미국 주장은 과대포장이라는 것이다. 철강업에 대한 정부추가출자나 광양만 항만·도로건설을 「철강업에 대한 정부지원」으로 보는 미국시각 역시 우리식 사고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미국측은 2월말 실사를 할 계획이어서 우리의 적극적 대응이 요청되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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