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 걸림돌 재정적자/클린턴 차기정부 고민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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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양책 쓰자니 「눈덩이적자」 불보듯/참모진 의견분분… 공약 공수표 위기
미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기록적인 3천억달러를 기록하며 누적적자도 이미 3조달러를 넘어서 빌 클린턴 미 차기행정부의 일자리창출 등 미국경제 재건정책에 암영을 드리우고 있다.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지난 9월로 끝난 92회계연도 재정적자가 2천9백억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3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기록적인 적자규모는 현 예산정책이 유지될 경우 97년에는 3천8백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게 의회와 백악관 예산국의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3조달러를 넘어선 누적적자는 95년이면 4조달러,97년이면 5조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경제에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 된다.
현재 3조달러의 누적적자는 미국 국민총생산(GDP)의 51.1%에 달하는 것이고 정부가 연방예산에서 지불해야 하는 연간 이자만도 2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자액수는 또 5천9백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지출의 33%를 차지하며 연방정부가 교육·과학·법집행·교통·주택·저소득층에 대한 식품비지원 등 사회복지에 쓰고 있는 모든 예산을 합한 액수보다 많은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연방정부가 앞으로 공무원 인건비·국방비 등 꼭 필요한 경상비지출을 제외하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닌 것이다.
이같은 재정적자의 전망은 미국경제 재건을 꿈꾸는 클린턴대통령당선자에겐 우울한 것이 되고 있다.
클린턴은 공공투자와 교육투자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론 미국경제 재건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동안 매년 5백억달러를 이를 위해 투자할 것을 공약해왔다. 클린턴은 이와 함께 향후 4년내 현재정적자를 절반수준으로 줄이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이처럼 확대되는 것은 클린턴의 정책우선순위가 불가피하게 변경되지 않을 수 없도록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로인해 미국은 재정적자문제를 우선 해결할 것이냐,경제활성화를 우선 해야할 것이냐는 미국의 고전적이고 만성적인 딜레마에 다시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적자문제를 먼저 해결할 경우 회생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경제를 다시 악화시켜 일자리창출과 경제재건이라는 클린턴의 선거공약을 희생시키게 된다.
그렇다고 악화하는 재정적자를 무시하고 경기부양에만 매달릴 경우 이자율을 높여 튼튼한 경제회복을 어렵게 하면서 정부의 재정압박을 악화시키고 늘어나는 누적적자는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수단을 박탈하게 된다.
클린턴은 선거기간중에는 경제재건과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약했으나 취임을 앞두고 선택의 고민에 빠져있다.
그가 재정적자문제를 공화당 12년 집권의 결과로 돌리는 발언을 최근 자주 하는 것은 이같은 고민속에 정책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누적재정적자는 로널드 레이건대통령이 취임하던 81년 7천3백5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12년 사이 네배로 늘었다.
클린턴이 재정적자와 경제재건이란 두마리 토끼중 어느 것을 먼저 좇아야 할지 혹은 두마리를 다 좋는다면 어떤 균형을 가져야 할지 참모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져 그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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