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대북정책 발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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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정부의 정책이 기존의 정부정책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가 지금의 중요관심사다. 그중에서도 통일정책,대북한정책의 변화여부는 특히 주목의 대상이다.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북은 기존노선의 수정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남에서는 정부가 교체되어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과 같은 과도기에 대북정책에 관해 언급할 때는 우선 전체적인 구도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정책의 기본노선이나 중요사안의 변경에 대해서는 충분한 내부심의와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그런 과정을 거쳐 수립된 기본노선은 원칙이 선명해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하고 또한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8일의 이북5도민회 간부들에게 행한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발언은 크게 관심을 끈다. 그는 통일은 북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하고 북한동포의 인권문제에 대해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노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북에 대해 어떤 변화를 명시적으로 요구하거나 압력을 가하지 않았고 북한의 내부문제에 대해서는 간여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지켜왔다.
그에 비해 김 차기대통령은 북한의 내부변화를 통일노력의 한 전제로 제시했고 인권문제에 관한한 비록 내부사항이라 해도 간여할 뜻을 밝힌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예상키 어려우나 어느 정도 북을 자극하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북은 페레스트로이카이후 대외적으로는 개방을 시도하여 남북대화에 응하고 미국·일본과의 수교를 모색해 왔으나 대내적으로는 오히려 폐쇄와 통제를 강화하는 2중적인 정책을 써왔다. 남과 북은 기본합의서에서 내부문제 불간섭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그동안 간첩망을 조직하고 우리선거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등 우리 내부문제에 간여함으로써 그 합의를 무시했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은 또 남북간에 핵사찰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유엔제소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도 말한바 있다. 이같은 일련의 대북발언은 차기정부가 다소 강경하다 할 정도로 확고한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그것은 현정부가 북에 대해 너무 유화적으로 대해왔다는 우리사회 보수진영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남북관계에서 무기도 될 수 있다. 다만 대북정책은 너무 유화적이어서 지나친 양보를 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경하여 남북관계를 장기 경색에 빠뜨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균형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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