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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의 의미 "통신발달·글로벌화…시대 변화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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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외국민에 선거권을 주라고 한 헌법재판소의 28일 결정은 "우리 국적을 갖고 해외에 살거나 체류 중인 사람들에게 완전한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헌재 결정으로 재외국민과 국외 거주자들의 참정권이 확대됐다. 헌재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국민투표법 등에 선거권자를 '관할 지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자'(공직선거법 37조 등)로 규정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해외 영주권자와 해외 체류자들은 관련 법이 개정되면 해외에서 선거와 국민투표에 참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재외국민이 지자체장.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권리도 확대된다. 피선거권을 '주민등록이 된 주민'으로 규정한 지방선거 피선거권 규정(공직선거법 16조)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은 모두 일정 기간 국내에 거주하는 요건이 있어 실제로 재외국민이 출마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또 해외에서 부재자 투표가 시행될 수 있게 법을 고치도록 했다. 부재자 신고 대상을 국내 거주자로 한정한 법(공직선거법 38조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유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외 거주자(유학생.주재원 등)들은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 현재는 이날 원양어선 선원 진모씨 등 10명이 "부재자 투표 대상에서 제외돼 선거권과 평등권이 침해됐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부재자 선거로 비용이 늘겠지만 우리나라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고, 비용 부담 때문에 민주국가의 근본인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외국 영주권자(재외국민) 및 해외 체류 국민(국외 거주자)이 300만여 명에 육박하고, 첨단 통신체계로 연결된 현실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1999년 같은 헌법소원 사건에서 "선거권 제한은 합헌"이라고 결정했었다. 헌재는 당시 재판부가 재외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한 근거로 내세웠던 논거를 모두 배척했다.

헌재는 북한 주민과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 방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해 "재외국민등록제도를 활용하면 이들의 선거권을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재외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적절한 제한과 신분 확인으로 통제가 가능하고, 해외의 부정 선거 행위 등도 사전.사후 제재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선거법 개정 시한을 내년 말로 제시했다. 선거 관리를 담당할 기구와 투표소 설치, 신분 확인 절차, 투표 방식, 공정한 선거관리 등 보완책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국회의 선거법 개정 논의를 보면서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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