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쌀은 지원받고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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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대남(對南) 군사적 협박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우선 지난달 말 이후 잇따르고 있는 미사일 위협이다.
두 차례 순항미사일을 쏘더니, 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되는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획정과 관련, ‘서해상 충돌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막무가내식 위협도 가했다.

 그동안 한국이 북한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막대하다.현 정부 이후에만 따져도 3조원가량이다.금년도 쌀 지원량 40만t도 북한 핵문제 해결에 연계됐다가 결국 유야무야됐다.
여기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다가 남북 관계를 어떻게 해서든 개선해보겠다는 남측의 의지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남측의 이런 선의(善意)를 협박과 도발로 응수해 왔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 주니 쌀을 내놓으라’는 거드름도 폈다.
도움을 받는 측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런 몰상식한 대응은 남측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역풍만 받을 것임을 평양 지도부는 명심하라.

 협상을 앞두고 무력시위를 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게 전형적인 북한의 수법이다.
이번 위협도 곧 재개될 6자회담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 폐기에도 국제사회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그러나 더 주목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NLL 재획정, 국가보안법 폐지 등 북한이 말하는 소위 ‘근본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다.남북 대화 유지에 몸이 달아 있는 노 정부의 초조함을 역이용, ‘근본 문제’에서 양보하라는 전술이라는 것이다.정부의 냉정하고 결연한 대북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군 당국은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라고만 할 뿐 배경 설명을 거부하고 있다.미국은 북한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나섰으나 이 정권은 묵묵부답이다.북한이 계속 이런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한다면 쌀 지원은 중단될 것임을 경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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