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러 경로로 은밀한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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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북정상회담 비밀추진” 일 산케이지 보도/“중개맡은 미 머피회장은 YS와 오랜 친구/북한과 무역하며 잦은 남북한 동시방문”
남북한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남북한은 서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은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닛코사도 그중 하나라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닛코사는 미국에서 국교관계가 없는 북한과의 무역허가를 받고 많은 사원들이 10회이상 북한을 다녀올 정도로 북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닛코사는 68년 바하마에서 설립돼 85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현재 자본금의 60%는 미국이,나머지는 일본이 투자하고 있다. 사원들중에는 일본인들도 있다. 머피회장이 2차대전후 점령군 사령관으로 일본에 살았던 관계로 옛 일본군 장성이 출자했다는 설도 있다.
머피회장은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하는 것이 통례로 최근에는 작년 10월 남북한을 방문했다. 김영삼 차기대통령과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구로 알려져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머피회장은 제6함대사령관을 거쳐 77∼81년 미 국방부 요직에 있었으며 81∼85년 당시 조지 부시부통령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뒤 86년부터 닛코사회장이 됐다.
산케이신문이 뉴욕에서 접촉한 데이비드 찬 닛코사 전무는 이같은 배경으로 인해 머피회장이 남북정상회담의 중개역을 맡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했으나 『남북지도자들이 서로 만나고 싶어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김영삼씨는 자유로운 선거에 의해 선출된 문민대통령이다.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일성주석은 김 차기대통령에 대해 많이는 알지 못하나 공식성명에서 그의 당선을 크게 비판하지는 않았다. 좋은 조짐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데이비드 찬 닛코사 전무와 산케이신문의 인터뷰내용이다.
­닛코사는 한반도를 상대하는 회사인가.
『아니다. 공산주의 국가가 전문이지만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고 있다. 북한과의 무역업에 대한 미 정부의 특별허가증이 있다. 현재는 우리만이 갖고 있으나 특전은 아니다.』
­닛코는 상당히 일본냄새가 나는 이름인데.
『몇명인가 일본인 주주가 닛코(일광)지방 출신이라 이름을 빌렸다. 회장은 2차대전후 일본에서 사령관을 지냈다. 따라서 회장의 당시 일본인 친구였던 장군들이 은퇴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김영삼 차기대통령과 김일성 북한주석의 정상회담설이 있는데.
『그렇다. 그렇게 생각한다. 3,4월께면 실현되지 않겠는가.』
­장소는 어디인가.
『서울 아니면 평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두 지도자가 미국엔들 못오라는 법도 없지 않겠는가.』
­정상회담은 누가 왜 주선하고 있는가.
『한국과 미국·일본이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은 위험하므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 한반도의 군사력 삭감에 의한 남북의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미 정부에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머피회장이 직접 중개역을 맡고 있지는 않다.』
­닛코사가 북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개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니다. 한국이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제공설은 들은 얘기로 확인할 수 없다. 단지 북한이 핵시설을 포기,핵재처리플랜트를 중지할 경우 한국이 원자력발전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미국도 일본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것이 공통의 인식이다.』
­일본 등 각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언론도 잘못 유도하고 있다. 현재 북한 수준으로는 핵개발이 불가능하다. 믿기 어렵다.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 자민당부총재 등 일본정치가들의 북한에 대한 견해도 80%는 틀렸다.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고 있다고 믿고 있으나 그들에게 그같은 힘은 없다.』
­기술자라면 외국에서 초빙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돈이 없다. 우리들은 러시아와 장기간 장사를 해 핵과학자나 미사일 기술자들 대부분을 알고 있으나 그들은 북한과 협력할 의사가 없다. 오히려 그들은 지금 일본과 한국에 많이 가고 있다.』
­구소련은 북한의 원자력발전에 원조를 해왔는데.
『아주 초보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아주 작은 규모였다. 북한은 현재 심각한 전력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전력공급을 목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니다. 우리들은 아직 그 상태는 아니다. 게다가 미 정부가 북한에 그같은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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