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부패 위험수준-계간『철학과 현실』특집좌담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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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사회에서 부패의 문제는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과 동시에 「반 부패선언」을 하고 청와대직속의 「부정방지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혀야 할만큼 위험수준에 이르러 있다. 계간 『철학과 현실』겨울호는 「부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특집 좌담을 실어 이 문제를 종합 진단했다. 이 특집좌담에는 김광수 교수(한신대 철학과)를 사회로 이각범(서울대 사회학과)·김해동(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서경석 경실련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부패가 구조적·종합적 현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지도자의 강력한 척결의지, 도덕성 회복을 위한 시민적 실천과 감시운동, 비합리적인 관행과 제도의 개혁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우범 교수는 『집권자가 부패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면서 『집권자에게 의지가 없다면 경실련 등의 시민운동을 통해 전반적인 사회의 반 부패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치·관료·기업이 삼각형으로 이루고 있는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는 종합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정치적 결정이 누구에게 방송국을 줄 것이냐 와 같은 관료적 사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해야 하며 관료의 인사를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과정이 민의를 수렴하면서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특히 관료와 기업사이의 부패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거래 관계를 명백히 밝힐 수 있는 금융실명제 실시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집권자에 의해서나 사회운동에 의해 반 부패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 1년 내에 부패집단의 커다란 반발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사정적으로 엄한 본보기를 보임과 동시에 부정부패하지 않으면 더 이익이 된다는 수혜의 측면도 제시하는 등 채찍과 당근의 방법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경석 사무총장은 『집권자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며 종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이틀 위해 ▲공정한 사회·경제제도의 건설 ▲감시운동의 활성화 ▲사정기관의 독립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정신적 지도자에 의한 도덕운동의 전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부패척결을 위해서는 제도개혁보다 의식개혁이 훨씬 중요하며 진정한 의미의 도덕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도덕운동의 내용은 불의와 부패에 대한 단호한 저항, 도덕적으로 살겠다는 선언, 그 실천과 감시·고발 등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동 교수는 『의식개혁운동이 필요하기는 하나 부패척결의 방안으로서는 비효율적』이라고 반론을 제시하고『제도적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공무원 급여를 사기업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해 부정의 구실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마음에 안 들면 세무조사나 위생조사를 통해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는 현재의 행정관리 기준을 현실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패는 불필요한 투자를 유발하고 정책목표를 왜곡시키며 사람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노력을 포기하게 하고, 부패비용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부담이 된다』고 지적하고 『무엇이 부패인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집권자며 집권자의 강한 의지 없이는 부패가 척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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