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한뒤도 남조선 호칭/전택원 홍콩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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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난차오시엔(남조선)」 중국에서 한국을 일컬을때 흔히 듣는 단어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태어난 이래 40여년동안 한국과 중국은 사실상 적대관계에 놓여왔던 불행한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용어가 일단 관행으로 뿌리를 내리면 쉽게 바뀌기 어렵다. 그만큼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관영매체들­국가의 선전기관으로 공식적일 수 밖에 없는­이 여전히 「난차오시엔」하는 것에 접할 때는 느낌이 다르다.
한중수교가 이미 과거시제로 표시되는 지금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뉴스시간에 등장하는 한국관계 보도에서 예외없이 「난차오시엔」을 사용한다. 아나운서 개인의 「언어습관」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원고가 관영 신화통신제공이고 보면 자연스런 것으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른다.
중국은 한중수교 이전인 지난 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란 정식호칭을 사용했다. 국제관행에 따라 중국은 체육행사에선 한국을,그 이외 사항은 난차오시엔을 구별하여 적용한다.
한국의 호칭에 관한 한 중국은 세심하게 유념해오고 있던 셈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2중호칭」 사용은 수교이전 시기까지는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양국수뇌가 미래를 향해 손을 맞잡고 관계발전을 약속한 마당에 계속 난차오시엔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큰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양의 외교관행과 달리 체면을 중시하고 은근한 분위기로 상대를 대한다는 중국이 가장 기본적인 나라 이름사용에서 혼선을 일으키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국내판과 해외판을 따로 제작하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중국 특유의 현실에 따라 하나의 몸에 두개의 언론이 있는 것처럼 외교에도 이중기준이 있는 것일까.
한중국교정상화는 이제 겨우 서너달을 넘긴데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과제나 협력관계를 생각하면 서둘러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탑을 높이 쌓으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국가간 관계도 그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중국에 나가있는 「한국」의 관계당국은 중국매스컴들이 「난차오시엔」이라고 보도할때마다 「한국」이라고 통역만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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