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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도청」 두입장(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사사로운 자리에서의 객담에 불과했지만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김영환 전 부산시장)
『방법은 정의롭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고 형사처벌을 받는다해도 후회는 없다』(문종렬 전 현대중공업 직원)
「부산기관장모임」사건의 앞·뒷면을 이루는 기관장모임 참석자와 도청녹음당사자 양측이 검찰 현장실황조사에 임하는 태도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24일 오전 10시10분쯤부터 1시간여에 걸쳐 부산시 대연동 「초원즉석복국집」안팎에서 진행된 검찰의 현장조사에 앞서 김영환 전 시장 등 기관장모임 참석자 3명은 한결같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내용은 단순한 방담이었다』는 점을 누누이 되뇌었다.
현장조사에서도 이들은 2중의 철문을 지나 지하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제의 내실에서 10여분동안 머뭇거리며 참석자 현장위치를 확인하고 사적인 모임임을 강조한 뒤 자가용편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그러나 바바리코트에 검은색 안경까지 낀 도청당사자 문종렬씨는 태연히 그리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당시상황을 재현했다.
문씨는 내실 장롱위와 좁다란 환기창에 도청기를,복국집 뒤편 담장아래에 수신기를 설치하고 은폐하는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위해 반복해서 보여줬다.
문씨는 심지어 자신을 향해 『무슨 원수가 졌길래…』라는 원망과 주먹질을 내던지며 눈물짓는 초원즉석복국집 여주인 앞에서 『기관장들의 비밀스런 모임을 열도록 한 것도 잘못 아니냐』며 『이 사건이 정치발전에 기여하기 바란다』는 준엄한 훈계(?)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씨는 현장조사를 마친 뒤에도 무언가 한마디라도 더하려고 애를 쓰다 수사관들에 의해 봉고차에 떼밀려 태워졌다. 기관장모임 주재자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채 실시된 현장조사를 지켜보던 복국집앞 한 아파트주민은 기자들에게 들으라는듯 말했다.
『지들이 뭐라카든 국민은 다 알고 있는 기라요.』<부산=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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