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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지 달고 다니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임신 12주차에 들어선 직장인 김혜선(가명, 29세)씨.

결혼 전부터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결심했던 그녀지만, 임신 후 더 지치고 피곤해 퇴근 길 지하철에서는 바닥에라도 앉고 싶은 심정.

하지만 아직 배가 나온 것도 아닌 혜선씨가 노약자석에 앉으려고 하면 여기 저기서 눈총을 보내 몸은 편해도 마음은 가시방석이다.

◇임산부 배지 캠페인 시작은 했지만…=지난해 한 시민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면서 임산부 배려 캠페인으로 발전한 ‘임산부 배지’.

사업 내용은 보건소나 산부인과 병원을 통해 임신 사실을 알리는 배지를 배포해 이를 부착한 임산부에게 지하철과 시내버스 내 노약자석(교통약자지정석)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는 달리 실제 임산부들의 착용률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어 이를 진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10월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지정, 지난해 기념행사를 통해 임산부 배려 캠페인의 하나로 전국 보건소와 산부인과에 10만개의 임산부 배지를 배포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만 해도 복지부 외 탁틴맘, 희망제작소, YWCA, 건설교통부 등 7개 기관이다.

하지만 어느 곳 하나 주관적인 역할을 하지 못 하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관련 예산이 없다는 점.

지난해의 경우 우리홈쇼핑의 후원으로 배지, 가방 고리 제작 및 관련 홍보물을 제작했지만, 올해 캠페인 진행을 위해서는 민간단체가 직접 발로 뛰며 후원 기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

다행히 올해 삼성복지재단이 사회복지공동모금에 위탁한 금액 중 3000만원을 이 캠페인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출산지원팀 관계자는 “복지부 차원에서 관련 홍보와 사회 전반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예산 편성 후 갑작스럽게 진행돼 민간 차원의 지원과 시민단체의 협조로 이뤄줬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정부 주관의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민간에서 스스로 이러한 사회적 분위를 만들고 협력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탁틴맘 김유자 부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배지가 임산부들에게 반응이 좋지 않아 이보다 크고 눈에 잘 띄는 가방 고리를 제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8만개 밖에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라며 “올해 50만명의 임산부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한탄했다.

또한 후원 기금 활동시에도 관련 캠페인이 임신을 장려하고 배려하는 입장이다 보니 기업 선정에 한계가 있고, 자칫 상업적 목적으로 전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

이와 관련 일부 기업에서는 자사의 상품을 이용하거나 매장 방문시에만 주려는 의도가 있어 올해 사업에서는 배포 장소를 보건소로 제한을 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부소장은 “임산부를 배려한다는 것은 저출산 대책에 단편적인 면도 있지만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며 “실제로 임신 초기 유산율이 30% 정도 된다는 사실은 임신 초기 여성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이 국가적 차원에 이뤄지지 않은 채 민간단체들 위주로 하다 보니, 사업 지원금에 대한 부담과 인력 부족으로 사회적 파급력은 약할 수 밖에 없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소장은 “임산부를 배려한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배려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라며 “이는 저출산 대책에 가장 기초적인 사업으로 진행돼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임산부 휴게시설 지원’, 저소득 층 대상 ‘임산부 및 영유아 보충영양관리’ 등이 복지부 내 다른 팀에서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협력 및 통합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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