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그곳에선] 잠실 주공3단지 재건축한 '트리지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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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신천역 주변 트리지움 단지(사진). 8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잠실 주공 3단지(3280가구)를 재건축해 25~54평형 3696가구의 초대형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지하철 및 대형 상가와 가까워 잠실 내에서도 입지여건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신천역 주변 대로변과 후면도로변에는 100여 곳의 부동산중개업소가 ‘트리지움 전문’이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입주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개업소에 들어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 입주를 2,3개월 앞두고 있으면 매매 및 전ㆍ월세 거래가 활발해 주변 중개업소는 북적거린다. 지난해 말 입주한 레이크팰리스(옛 잠실 주공4단지) 주변 중개업소의 경우 지난해 가을부터 바빴다.

인근 두리공인 박수현 사장은 “레이크팰리스 입주 시기와 불과 8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분위기는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트리지움명신원 공인 이유현 사장은 “분양권 상태로 이뤄지던 매매거래가 이달 들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고 들려줬다. 9월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매수세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이 단지의 경우 이달 초부터 등기 시점까지 소유권 이전이 자유롭지 못해 매수세가 더 적어졌다. 조합원 명단을 확정 지어 조합원 변경과 관련한 인가를 구청으로부터 받기 위해 조합 측이 내린 조치다. 이엽공인 관계자는 “지금 매매를 하면 일종의 복등기(매매계약은 당장 체결하되 입주 직후 매도자 명의로 등기했다가 곧바로 매수자 명의로 등기를 바꾸는 것)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꺼린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매도 호가도 약세다. 이 아파트 33평형의 경우 9억원대 초반에 매물이 나와 있다. 4월보다 5000만원 이상 내린 값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강남권 매매시장의 동맥경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대단지는 물량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학사부동산 이상우 사장은 “살던 집이 팔려야 이사를 오든지 새집을 사든지 할 텐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손바뀜이 쉽게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트리지움이 송파구 일대 아파트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 이후 트리지움 단지에 급매물과 급전세가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이렇게 될 경우 주변 기존 아파트시장에 후폭풍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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