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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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날 주의 문왕이 태공망을 불러 이렇게 물었다. 『임금이 인재를 등용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성과가 없이 나라는 점점 혼란해져 위태롭게 되고 멸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그 까닭은 무엇이오.』 태공망이 대답했다. 『인재를 등용한다면서 실제로는 진짜 인재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러한 잘못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이오.』『그것은 세상사람들의 평판만 듣고 사람을 쓰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평판에 의해 인물을 채용하게 되면,패거리가 많은 자는 유리하고 적은 자는 불리합니다. 결국 간사한 무리들이 한패가 돼 유능한 인재의 등용을 방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충신들은 죄없이 죽음을 당하고 간신들은 감언이설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치는 점점 문란해지고 국가의 멸망을 자초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병서인 『육도』에 나오는 얘기다.
이 『육도』에는 써서는 안될 인물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일곱가지로 분류하고 있어 흥미롭다.
ⓛ지혜도 없고 계책도 없는 주제에 함부로 큰소리만 치는 사람 ②평판과는 달리 실력이 없고,이랬다 저랬다 변덕이 심하며,자기의 앞가림만을 생각하는 사람 ③겉으로는 짐짓 욕심이 없는체 하면서 실제로는 명예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 ④견문은 넓어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지만 스스로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남을 비방하기 좋아하는 사람 ⑤확고한 견식이나 주관없이 부뇌수동하는 사람 ⑥취미나 오락에 빠져 주어진 일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 ⑦괴상한 종교나 방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람.
김영삼 제14대대통령당선자는 21일 청와대에서 노태우대통령과 회동하고 정권이양기의 국정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취임준비위」를 연내에 구성,새해초부터 정부 인수인계 작업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에 대한 최대의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인사다. 어떤 인물을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성격과 국정수행 능력을 미리 점칠 수 있다. 그래서 김 당선자도 「인사는 만사」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제발 다시는 국민의 입에서 「아이구,또 그사람이…」라는 짜증 섞인 불만의 소리가 안나오도록 바른 인사를 해줬으면 좋겠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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