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국민 국민당 장기집권에 염증/예상 뒤엎은 43년만의 총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야,현정권 부패·무능공격 주효/일당체제 종식… 정계개편 예고
43년만에 처음 직접선거로 실시된 대만 입법원(의회) 선거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집권 국민당이 사실상 패배함으로써 대만 정치권에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총선으로 국민당이 여전히 제1당의 위치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의회에 대한 국민당의 일당지배시대는 종말을 고했으며 본격적인 양당제의회시대가 열리게 됐다.
전체의석의 3분의 2이상 확보를 호언했던 국민당의 이같은 참패는 무엇보다 장기집권에 따른 정치적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야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대만언론들도 『정부와 재벌간의 유착으로 빚어진 금권정치와 부정부패 및 경제정의 실종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국민당의 패배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진당은 지난해 국민대회선거에서 대만독립 등 과격한 강령으로 저조한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던 점을 감안,이번 총선에서는 과격한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현정권의 부패와 무능력을 집중 공격하는데 초점을 맞춰 선거전략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80년대 이후 이룩한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대만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깨어난 것도 집권당 패배에 한 몫을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총선결과는 향후 대만정치권에 상당한 파장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당의 의도는 직선제 투표라는 민주주의 방식을 취하되,의석수에서의 절대우위를 통한 일당지배를 계속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일본 자민당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의 패배로 정부여당이 상정했던 「권력관리 구도」는 근본적 차질을 빚게됐을 뿐아니라 그 후유증으로 인해 집권 국민당 내부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당측이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라고 사실상 패배를 시인하고 『국민당은 국민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분야에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당 수뇌부를 비롯한 정부각료들의 대대적인 개편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이며,그동안 국민당정권이 추진해 왔던 정치·경제·외교·통일정책 역시 상당부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총선은 대중국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진당을 필두로 한 야당들은 한결같이 「대만독립」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민진당이 군소야당과 연대,통일정책의 일대 변화와 내정개혁을 요구할 경우 대만독립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될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대만총선은 국민당정권의 절대권위주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대만독립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홍콩=전택원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