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새총리에 체르노미르딘/“인민희생 통한 개혁불원”/인민대회 폐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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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옐친 보혁대결서 밀려 입지 흔들
【모스크바 로이터·이타르­타스=연합】 러시아 인민대표대회는 14일 중도보수계의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에너지담당 부총리(54)를 새총리로 전격 인준했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이날 신임을 거듭 표명해온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 대행을 비롯한 모두 5명을 총리후보로 지명했으나 가이다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에 실패하자 체르노미르딘을 최종 천거,인준을 받아냈다. 가이다르는 앞에서도 인민대표대회에 총리후보로 공식 추천됐다 거부된바 있다.
이로써 옐친대통령은 인민대표대회 개막후 2주일이 계속된 보­혁대결에서 패해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으며 러시아의 개혁정책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체르노미르딘 신임총리는 개혁속도완화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현내각이 일단 잔류토록 요청했다. 현내각은 그간 가이다르가 밀려날 경우 총사퇴할 것임을 거듭 경고해왔다.
인민대표대회는 이날 총리 인준을 끝으로 제7차 회기를 폐막했다. 차기 대회는 내년 4월 개막될 예정이다.
체르노미르딘은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개혁 지지를 밝히면서 『그러나 인민의 빈곤화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건 원치 않는다』고 강조,개혁 속도가 완화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체르노미르딘은 첫 각의주재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개혁이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책의 초점을 ▲민생고 해결을 위한 생산증대 ▲기간산업 활성화 ▲인플레 진정 ▲루블화 강화 등에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르노미르딘의 이같은 발언은 앞으로 경제정책을 펴는데 중도보수계의 입김이 상당부분 반영되지 않을 수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편 인민대표대회 개혁파 대의원들은 총리인준투표 후 이를 「치명적 패배」라고 개탄하면서 『이같이 약한 대통령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강조,옐친의 향후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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