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엔 어떤 영향있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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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대화에 있어 지금은 침묵기다. 북한으로선 중요한 외부변화의 추세를 관망하고 스스로도 기존정책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북한이 관망해야할 사항은 남한의 대통령선거결과와 신정부 구성,미국 클린턴 차기정부의 동북아정책,중국 집권층 내부의 인물교체 등을 들 수 있다. 또 내부적으로도 체제존립자체를 위협하는 내외환경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노선과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페레스트로이카 파동이후 북한은 기존의 냉전적 폐쇄정책을 고수할 것인가,아니면 변화된 외부환경에 적응하여 개방정책으로 전환할 것인가의 상반된 대안을 놓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방황을 거듭해 왔다. 북한이 남북대화·대일 수교교섭을 벌이면서도 핵개발에 연연하고,남북간에 합의된 사항을 지키려 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같은 정책적 방황에서 오는 딜레마로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과 같이 대외적 행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에 알맞은 시기를 맞아 대외적 관망과 대내적 모색작업을 벌이고 있고,그것은 남북대화 및 대일수교협상의 정체로 나타났다. 이런 침묵기에 공표된 북한의 고위인사교체는 새로운 북한노선의 향방을 전망하는데 중요한 시사가 된다. 북한은 11일 정무원총리 연형묵을 경질하고 경제통인 전 총리 강성산을 다시 기용했다. 한편 대외경제위원장 김달현과 국제문제담당 당비서 김용순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발탁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부상된 3인은 모두 평양지배층에서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선호하는 개방파에 속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강성산은 84년부터 3년간 총리로 있으면서 경제적 개방정책의 법적 보장장치인 합영법을 만들었고,최근에는 북한의 경제개방 실험적 모델인 두만강경제특구와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설치를 주도해 왔다. 김용순은 미국·일본을 드나들면서 수교를 위한 예비적 외교활동을 벌여 국제적으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김달현은 얼마전 서울을 방문한 바 있는 적극적인 개방주의자다.
이런 인물교체는 북한이 대외적인 개방과 대내적인 경제개혁을 적극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중국에서 개혁적인 경제전문가 주용기의 부상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외교적 개방과 경제개혁에 한발짝 더 나설 것이고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남북대화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관망 침묵기에 당장 남북대화 분위기가 개선될 가능성은 적다.
북의 정책이 개방이든 폐쇄든,개혁이든 보수든 그것은 모두 현존체제의 유지에 근본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이런 전제위에서 신중하게 수립,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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