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 잘한 일 못한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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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막판의 대선전을 보면 공명선거의 기대를 갖게 하는 낙관적 요소가 있는가 하면 분위기를 혼탁케 하는 우려할 요소도 끊이지 않아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기 어렵다. 우리는 민자·민주 양당이 예정했던 여의도 대형집회를 취소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본다. 대형집회가 가져올 극심한 교통체증이나 수십만 청중동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지르게 될 교통편의 제공·일당·식사제공 등 헌법행위를 생각하면 양당의 취소결정은 안도감을 갖게 해준다. 우리는 선거종반전의 세과시를 위해 양당 모두 이런 대형집회의 충동을 느끼면서도 자제키로 한데 대해 공명선거의 가능성을 느낀다. 국민당이 나름대로의 필요성 때문에 여의도집회를 강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김영삼·김대중후보가 부산·광주에서 각기 가진 유세에서 지역감정자제를 위해 보여준 노력에 대해서도 우리는 평가하고자 한다. 두 후보는 자기들의 아성인 이 두 지역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할 발언을 극히 삼가고 청중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가장 걱정한 일의 하나가 지역감정의 재연이었음을 생각하면 두 김 후보의 이런 자세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이처럼 선거분위기가 좋아지는 사례가 있는 반면에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흑색선전물 등이 대량으로 발견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민자당 제작으로 밝혀진 유인물은 다른 후보들을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글과 만화를 담고 있고 이와는 별도로 흑색선전물 3만여장이 성남 등에 뿌려졌다는 것이다. 말썽이 된 유인물에 대해 민자당측은 법정홍보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당에서는 흑색선전물이라고 규정해 시비가 일고 있다. 이 유인물이 위법인지 아닌지는 선관위가 곧 밝히겠지만 우리는 위법이든 아니든 유인물에 담겨있는 저질스런 내용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후보를 희화로 묘사하고 비방하는 이런 유인물은 설사 법망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선거분위기를 혼탁시키고 선거전을 감정싸움·저질대결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성남에 뿌려진 흑색선전물은 「타도 간첩당」「타도 재벌당」 등의 살벌한 내용이라니 신속한 조사로 진상을 가리고 의법조치해야 한다.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각 후보 진영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선거운동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보는 사람의 혐오감을 일으킬 이런 비방선전과 누구나 듣고 흐뭇해 할 대형집회 자제 등과 같은 일의 득표효과를 한번 비교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느 쪽이 과연 효과적일까. 대답은 자명하다고 본다. 아직도 마음을 못정한 유권자가 30%나 된다는데 이런 유권자의 마음을 최종순간에 사로잡을 선거운동이 불법과 타락·저질에 있을지,공명·준법·자제에 있을지 냉정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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