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 대 한국 도자기전-전 주한 외교관 핸더슨씨 개인 소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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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하버드대는 외국인 소장으론 최대로 일컬어지는 「핸더슨 한국 도자기 전시전」을 12일부터 연다.
이 대학 미술박물관인 아서 새클러박물관에서 내년 3월28일까지 전시될 한국 도자기들은 전 하버드대교수 그레고리핸더슨씨가 외교관으로 한국 근무 중 수집한 것으로 모두 1백50점에 이르고 있다.
「하늘아래 처음: 핸더슨 한국도자기 컬렉션」이란 이름의 이번 전시회는 서기전 1세기 토기에서 20세기초 조선왕조의 백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별 한국 도자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밖의 컬렉션으론 최대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전시회 시작에 앞서 10일 미국 언론에 사전 공개된 한국 도자기들은 서기전 회색 토기에서부터 찬란한 고려청자, 우아한 조선백자들이 한국의 앞선 도자기 문화를 확인해주며 미국인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도자기 전을 주관한 아서 새클러 박물관 아시아 미술담당 부 관장 로버트 모리씨는 『한국 도자기들이 초기에서 삼국시대까지 둥근 바탕 등 독자적인 특색을 갖고 발전하며 외국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다가 고려시대부터 중국 송나라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조선백자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발전시켜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의 도자기 전통이조선의 분청사기 등에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으며 고려청자·조선백자 등에선 어느 나라 자기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함과 청아함의 독특함이 깃들여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가 한국 도자기 전을 갖게된 것은 도자기 컬렉터인 핸더슨씨의 부인 마리아 여사로부터 91년12월 50%의 소유권을 얻고 앞으로 수년 안에 나머지 50%를 기부·매입을 통해 확보하기로 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전시되는 한국 도자기들은 앞으로 하버드대의 소장품으로 주인이 바뀌게 되며 연구·전시용으로 이 대학 미술박물관에 보관되게된다.
44년 하버드대를 나온 핸더슨씨는 미국 국무부 외교관으로 48년부터 50년까지, 또 한국전쟁후인 58년부터 63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에 근무하며 조각가인 부인과 함께 한국 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지방을 돌며 수집했다.
핸더슨씨 부부는 당시 한국인들이 골동품·전통 예술품에 별 관심이 없고 정부 관리들도 외국인 선물용으로까지 사용하고 있어 좋은 도자기들을 쉽게 수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국에 있을때 서울대·홍익대 등에서 강의를 맡기도 한 마리아 여사의 예술감각과 관심도 큰 몫을 했다.
마리아 여사는 『처음 몇 조각의 한국 도자기를 갖게된 후 이를 시대 순으로 모으는데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국 도자기 수집 동기를 밝히고 있다.
핸더슨씨의 한국 도자기 소장품은 한국 밖 외국인의 소장으론 종류·가치 면에서 최대라고 하버드대당국은 밝히고 있다.
핸더슨 컬렉션은 한국 전통문화재가 한국인들의 무관심 속에 해외로 많이 유출되었음을 반증해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마리아 여사가 이를 미국명문대학인 하버드에 기증, 미국인들의 한국 예술 연구 자료로 이용될 수 있게 함으로써 전화위복이 되었다. 【케임브리지=박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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