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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과주말을] "이놈의 회사 때려치울까" 바로 당신을 위한 AB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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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상사의 지시는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 동료는 약삭빠르게 농땡이를 치고 자신만 일에 치여 산다. 부하직원은 늘 실수만 저지른다. 분명히 연락을 했는데 상대방은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뗀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번, 아니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되는 짜증 제대로인 상황이다. 이런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책 제목처럼 자포자기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인 지은이는 포기나 좌절 대신 '기다림'이라는 처방을 내린다. "한 박자 멈추고 기다리는 동안 이전까지는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리고는 증상 별로 조목조목 짚어준다. 가령 직장에 악마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고 하자. 어떻게 대처할까. 지은이는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버리라"고 권한다. 애완동물을 예로 든다. "애완동물에게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만으로 기쁨이나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인사이동이 있을 거야'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란다.

다소 차원이 낮지만 이렇게 웃고 털어버리는 것도 좋다. 보기 싫은 상사를 동물에 비유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어느 여성의 사례를 든다. '쥐 상사=책임을 회피하는 무사안일주의, 독수리 상사=출세에만 혈안이 된 에고이스트, 오리 상사=꽥꽥거리고 잔소리만 할 뿐 일은 못하는 사람….' 상사가 괴롭힐 때마다 해당 동물을 떠올린다면, 아닌게 아니라 키득키득 웃고 말 것이다.

그래도 힘들다면, 마지막 장에 실린 '일상의 힌트'를 실천에 옮겨보자.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자신에게 주는 상을 준비한다, 하루에 한 번은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갖는다, 머리를 자르거나 도배지를 바꿔라, 이해관계로 얽히지 않은 인간관계를 가져라, 정처없이 주말여행을 떠나라 등. 지은이가 내린 처방이 모두 가슴 후련한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회사와 일,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나뿐이 아니었구나' 하는 위안은 받을 수 있다.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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