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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여자 유도 김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던 지난 7월28일. 유도 경기가 펼쳐진 바르셀로나 시내 한복판의 블라우그라나 체육관은 밤10시가 넘었는데도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중들이 내뿜는 열기로 한낮 불볕 더위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코트에서는 한국 여자유도의 간판 김미정(21·체육 과학대)과 숙적 일본의 다나베(26)가 72㎏급의 금메달을 놓고 자존심을 건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곱상한 얼굴에 당당한 체구의 김미정. 기민한 몸놀림에 빈틈없어 보이는 강인한 인상의 다나베. 2승2패의 역대 전적이 말해주듯 두 사람의 경기 내용은 호각세. 지나친 긴장 탓이었을까. 섣부른 공격을 자제한 채 두 선수가 「돌다리를 두드리듯」수비전으로 일관, 내용은 다소 싱거웠다. 두 선수와 벤치는 목줄이 말라 가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지만 관중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명국에 명승부는 없는 것인가.
시소 게임을 벌이던 두 선수는 김미정이 판정을 의식한 듯 중반부터 적극 공세로 돌아서면서 터질 듯한 절정 국면으로 빠져든다. 선제 공격이 성공하면 금메달이고 실수해 역공을 당하면 은메달.
그러나 종료 34초를 남기고 김미정이 날린 회심의 허벅다리 후리기에 다나베는 휘청하며 넘어졌고 효과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확실히 승부를 가린 분수령이 됐다
일장기를 흔들며 유도에서의 첫 금메달을 고대하던 2백 여명의 일본 올림픽 관광단에겐 악몽의 밤이었다.
김미정은 올림픽 후 2개월간 마산의 고향집에 들르고 각종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지난달부터 태릉선수촌에 재입촌, 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의 2연패를 향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또 12일 개막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7명이 모두 출전하는 후쿠오카 국제여자 유도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김은 91년 불가리아 오픈이래 국내외에서 52연승을 기록하고 있어 연승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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