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옥폭로」 배경 뒷말 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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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심하고 심약한 애가 어떻게…” 가족들 놀라/4개월 전부터 「자금 세탁과정」 꼼꼼히 기록/한밤중 기자회견 자청… 「준비된 폭로」 시각도
현대중공업의 기업자금 3백30억원이 국민당의 선거자금으로 유출되었다는 이 회사 여직원 정윤옥양(27·여)의 폭로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정양 주변 및 폭로배경이 또다른 관심사가 되고있다.
가족들은 정양이 착실한 직장인이었으나 평상시 겁이 많고 내성적인 편이었다고 말한다. 오빠 양구씨(33·축협중앙회근무)는 『여동생이 5일 오전 2시쯤 전화로 「교회에서 국민당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한뒤 두시간후에 형사들과 집으로 소지품을 가지러 왔을 때까지도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또 『동생이 평소 국민당에 자금을 대주는 일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소심하고 심약한 윤옥이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양심선언」에는 정양이 올해초부터 다니는 서울 평동 샬롬교회의 정진성목사(37)와 평고 알고 지내던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 사무원 오모양(26)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은 현대그룹 본사 11층에 근무해오다 4일 오전 경찰이 10,12층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과정을 목격한뒤 비자금조성에 깊이 관여한 자신의 처지가 걱정돼 교회를 찾았으며 오양이 총리실산하 공명선거합동상황실에 먼저 내용을 알린뒤 경찰의 보호를 받으라고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양이 경찰에서 ▲이미 4개월전부터 일기장으로 쓰던 대학노트에 현대자금의 세탁과정을 메모형식으로 꼼꼼히 기록해 왔으며 ▲결재후 모두 분쇄기로 없애도록 돼있는 자금출납전표·통장의 일부를 보관하고 있다고 진술한 점 ▲토요일 오전 1시30분에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한 점 등으로 미뤄 미리 준비된 폭로가 아니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양은 84년 2월 청주 대성여상을 졸업하고 같은해 6월 현대해양개발에 입사한이래 서울 신월동에 25평짜리 연립주택에 큰오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87년 6월부터 현대중공업 재정부 출납담당으로 일해오다 정주영씨가 대통령출마를 선언한 8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민당 자금관리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조사됐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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