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국민당/「금권」수사에 “양심선언”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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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외된 지구당 안뛰고 사조직 몸사려
꾸준한 상승세를 자랑해온 국민당이 대선 막판 레이스를 앞두고 내우외환의 고비를 맞았다.
외환은 두말할 것도 없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찰·국세청 등 정부기관의 현대전면수사와 5일 새벽 현대중공업 경리사원의 양심선언이다.
외환의 강도는 정부조사기관의 총력전인만큼 심대하다.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국세청의 세무조사,은행감독원의 전금융기관에 대한 특별검사 등등. 국민당에서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현대는 관련서류 일체를 충분히 처리(?)했기에 『할테면 해바라』는 배짱도 보이고 있다.
당직자들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자위하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민자당에 머리쓰는 사람이 없다』며 『탄압은 오히려 국민적 동정과 국민당 현대구성원의 단합을 가져와 득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가 확대되면서 현대그룹의 조직적 개입과 자금지원의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위기감은 급증하고 있다. 국민당에서 『현대직원도 당원이니까 개인적으로 국민당을 위해 뛰는 것』이라던 기존의 주장이 완전히 명분을 잃게될 처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인해왔던 조직적 개입과 자금지원 사실이 확인될 경우 「현대직원 개인의 자발적 행위」라는 국민당의 항변은 정경일체라는 비난앞에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당의 인기상승의 「동정」보다 「비난」으로 꺾일 위기에 처한 셈이다.
내우는 이같은 외환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환이 심해짐에 따라 국민당의 공·사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조직의 마비현상은 일찍부터 있어온 현상이다. 한마디로 「지구당이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념적 결속력이 별로 없는 지구당조직에 선거운동의 동력인 돈마저 내려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지원만 보자면 국민당의 공조직은 겉돌고 있다.
국민당은 지구당에 대한 최소한의 필요경비만 지급해왔다. 지구당사무실 유지비와 직원급여가 일정하게 7백만∼8백만원씩 지급됐으며,산업시찰이나 유세동원 등에는 평균 1인당 1만원 정도의 최소비용만 지급돼 모두 소진됐다. 지구당위원장에게 세차례 1억3천만원 지급된 것으로 알려진 지원금도 산업시찰과 유세동원 등에 보조금으로 사용되느라 여유가 없다. 대신 밖에서 금권이라고 떠드는 현상은 현대조직을 통해 대부분 집행되고 있다.
일부 지구당위원장들은 아예 『사조직(현대)으로 다해라』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외환이 심해지면서 사조직까지 마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그물망수사가 전국에서 본격화되면서 사조직의 실무책임선인 현대계열사 간부직원까지 잠적해버린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사전구속영장이 떨어진 예비영어상태이거나 수배된 처지다. 따라서 사조직의 계선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계선의 마비에 따른 명령계통의 이상도 사기의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중앙당 당직자들이 얘기하는 「전의」와 「단결력」이 앙양되는 일면도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활동이 둔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신변불안 때문이다. 현대에서는 직원들의 선거운동을 독려하면서도 항상 『몸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공식적으로 현대와 국민당은 무관하며,조직적 개입의 흔적을 보이지 않기 위해 당이나 회사차원에서 어떠한 신변보장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점차 현장(?)의 직원들도 몸사리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당으로서 더욱 딱한 것은 정부당국의 수사가 합법적 절차에 따른 것인만큼 「정면대응」을 주장하면서도 실효있는 대응방안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정주영후보도 『우리는 힘이 없어 때리면 맞을 수 밖에』라고 태연스럽게 말하면서도 이례적으로 5일 밤 「긴급당직자회의」를 소집했다.
「D­14」면 이제부터가 본격레이스의 시작인 셈이다. 고정표가 모호한 국민당으로서는 지금까지 끌어온 유권자들의 관심을 표로 연결시켜야 하는 다지기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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