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말리다가 대신 맞아 죽어

중앙일보

입력

잘못된 군중심리가 끔찍한 살인을 불렀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어린 소녀를 친 운전자가 성난 주민들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저지하려던 동행인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맞아 죽는 일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건 발생 즉시 차를 멈추고 뛰어내려 어린이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마침 인근에서 열린 지역축제에 참여했다가 이를 목격한 주민들은 운전자의 부주의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한꺼번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운전자와 동행했던 데이비드 리바스 모랄레스(40)는 이에 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말렸으나 이미 감정이 폭발한 군중 20여명이 그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인근 주차장에 버려진 모랄레스를 그의 가족들이 발견했을 때에는 온통 얻어맞은 자국 투성이에 기도는 피로 막혀 질식한 상태였다.

가족들은 그를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의료진은 그가 구급차 안에서 이미 수차례 심장이 멈췄으며 뇌출혈이 심해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스틴 경찰의 해롤드 피아트는 부검 사전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이 무딘 외상(blunt force trauma)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집단 폭행 현장을 피해 도주했던 운전자는 현재 경찰에 자진 출두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모랄레스의 누나 엘리자베스는 "이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잡아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며 "내 동생이 느꼈을 고통을 그들에게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는 3~4세 사이 여아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부상 상태는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민들이 참석했던 '준틴스 축제'에는 2000~3000여명이 몰렸다. 이 축제는 1865년 텍사스주 흑인 노예들이 링컨 전 미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축제에서 유래됐다.

【오스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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