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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드 改閣'포기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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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달 들어 이뤄진 5개 부처 개각에서 '코드'가 아닌 경험과 능력이 기준이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행정경험이 풍부한 관료 출신이거나 그 분야의 경험자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험도, 전문성도 없는 인사들이 오로지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고위직에 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을 앞세우거나 이데올로기 중심의 경직된 사고로 어설픈 개혁을 한다고 국민에게 혼란과 고통을 안겨주곤 했다. 이번 인사는 이런 실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결과로 보고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리민복을 최우선시하겠다면 앞으로도 업무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코드와 무관하게 중용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코드라는 것이 무엇인가. 코드가 맞았다는 장관들의 행태를 보면 설익은 이상주의거나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교과서에서 배운 몇자로 국정을 실험실로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지난 1년 간의 실험으로 '코드 인사'의 성적표는 이미 다 나왔다. 이제 실험은 1년으로 족하다. 내년부터는 일하는 정부로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 초에 또다시 부분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년 총선에 현 각료 중 몇사람을 다시 차출하기 위해서다. 목전의 정파적 이익 때문에 국가적 용도와 당사자들의 의지를 묵살하고 총선판에 경주마로 던져 놓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차출 예정자들은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 이들에게 몇달의 국정을 다시 맡긴다는 것은 낭비다. 이들도 이번에 함께 인사하는 것이 옳았었다.

개각의 목적은 오로지 국정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현안이 산적해 있고, 이를 헤쳐나갈 인재풀은 한정돼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네편.내편을 갈라서도 안되며, 가를 여유도 없다. 유능한 인사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흔쾌히 받아들여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 이번 개각은 대통령의 인식이 이제야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좋은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