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라톤한국」몬주익 영광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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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임신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신년벽두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겨울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획득으로 기염을 토한 한국스포츠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에서 처음과 마지막 금메달을 멋지게 따내 위세를 떨쳤다. 올 한해 국내·외에서 펼쳐진 한국스포츠의 「환호의 순간」을 재조명해본다.<편집자주>
아직도 생생한 바르셀로나올림픽 몬주익 스타디움의 감격. 지난 8월10일 새벽 3시43분23초(현지시간 8월9일 오후 8시43분23초), 온 국민을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올림픽 월계관을 차지한 황영조(22·코오롱).
현장에서 황의 쾌거를 지켜보던 손기정 옹은 끝내 눈시울을 적셨고 폐막식 직전의 마라톤 실황을 TV로 지켜보던 세계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에 경악했다.
어떤 수식어로도 황영조의 패기 넘친 레이스를 칭찬하기에는 부족했고 그의 피땀어린 인간승리의 드라마에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영웅 황영조」. 그러나 그는 올림픽 제패 후 각계의 환영행사 참여로 이렇다할 훈련을 벌이지 못했다.
자신도 놀랐던 올림픽 금메달이었기에 한동안 흥분상태로 지낸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어쩔 수 없는 행사참여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 달리기로 했다.
황영조는 올림픽 영광의 환희를 이제 추억의 책갈피 속에 묻고 다시 집념의 여정에 올랐다.
이번 목표는 세계최고기록(2시간6분50초)경신과 오는 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역사적인 마라톤 2연패를 이룩하는 것.
우선 오는 7일께 일본으로 건너가 부상중인 오른발바닥을 치료하는 게 급선무.
올림픽전 강훈으로 발바닥의 건섬유가 파열돼 현재 지상훈련을 중지하고 있는 황은 일본 나고야의 세계적인 족전문 병원에서 2∼3개월간 치료를 받는다. 이 병원에는 일본의 톱 마라토너 다니구치 히로미가 현재 황과 같은 증상을 치료중이다.
이어 황영조는 국내의 각종 장거리대회에 참가(마라톤은 불참), 스피드 향상에 중점을 둔다. 세계기록 작성을 위해서는 지구력뿐 아니라 중거리선수 못지 않는 스피드가 관건이기 때문. 지구력은 30세가 넘어도 생기지만 스피드는 25세가 넘으면 퇴보한다. 따라서 22세의 황영조로서는 내년시즌이 스피드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가장 좋은 기회다.
정봉수 감독은 『영조는 한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는 선수』라고 근성을 칭찬하면서 『세계기록 경신여부는 앞으로 1년 안에 결판이 날것』이라고 전망했다.<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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