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쇼에 차량 방화까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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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세장에 스트립쇼라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 대천의 국민당 유세장에서 이른바 식전행사의 하나로 스트립쇼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의 우발적 해프닝으로 치부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선관위가 즉각 조사에 들어가고 국민당이 사과한만큼 이 사건은 이대로 묻혀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이 일어난 근저를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의식과 함께 앞으로의 선거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걱정은 표가 되고 인기를 끌며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짓이든 한다는 사고방식을 이번 일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스트립쇼가 무엇인가. 나이트클럽에서도 홀랑 벗는 행위는 처벌대상이다. 그런 스트립쇼를 딴곳도 아닌 대선유세장에서 벌였다니 법도 풍속도 기본적인 사리도 안중에 없었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면 왜 스트립쇼까지 했겠는가. 유세장에 사람을 모으자는 저급한 인기작전 외에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런 일이 국민당 중앙당의 지시나 양해 아래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한창 격앙된 감정에 있는 각 후보 진영에는 법이고 공명이고 생각할 것 없이 수단 방법을 안가리고 선거운동을 벌이자는 사고방식이 저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우리는 벌써 그런 조짐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오고 정당 지구당에서 흑색선전물이 발견됐으며 마산서는 선거용 차량에 대한 방화사건까지 있었다.
이런 몇가지 현상들만 갖고 공명선거가 깨졌다고 속단할 필요는 없으나 벌써 적색등은 커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이상 과열은 선거가 중반­종반전에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더구나 선거판세의 불명성이 각 후보 진영을 더욱 후꾼 달게하고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짓을 저지를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 늦기전에 이런 무한경쟁의 개연을 차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자면 우선 정부와 선관위 당국이 드러난 사건만이라도 지체없이 즉각 조치하고 의심의 여지 없게 사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차량방화에 배후는 없는지,범인의 신원과 범행동기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즉각 수사·공표해야 할 것이다. 스트립쇼가 어떤 경위로 연출됐으며 사건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물론 밝혀야 한다.
그리고,특히 일부 후보의 자중이 긴요하다. 좀더 말을 조심하고 가려서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저기서 지역감정 타파를 호소하는가 하면 다른 후보들을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등 눈살 찌푸릴 일이 많다. 그런 후보 자신의 자세에서 당 하부조직의 일탈도 빚어지는게 아닌가.
각 후보진영은 종반전에 임하는 내부태세부터 한차례 단속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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