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돈 크레머가 들려주는 '탱고의 선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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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89년, 42세의 나이로 처음 내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사진)가 올해로 60세다. 이 환갑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이번에는 탱고 음악을 들고 내한한다.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던 그는 10여년 전 탱고 앨범 '피아졸라 예찬'을 내놨다. 그가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피아졸라의 음악을 떠올려야 한다. 나는 그를 사랑해 마지않는다"며 이 앨범을 내놓은 이후, 클래식 연주자들 사이에는 탱고 연주 바람이 불었다.

기돈 크레머는 국내 연주자들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세 차례에 걸쳐 그를 초청한 예술의전당 정동혁 음악기획 팀장은 "다른 연주회와는 달리 일반인보다 연주자들이 객석을 많이 채워 흥미로웠다"고 기억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빈틈없이 정확한 테크닉과 날카로운 곡 해석으로 팬을 확보한 그가 2005년 내한해 탱고를 연주했을 때에도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 내한 연주는 예순살 연주자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여준다. 함께 무대에 서는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꼭 10년 전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의 연주자들을 모아 그가 만든 실내악단. 평균 나이가 27세다. 기발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명성이 높은 기돈 크레머가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 앙상블이 나에게 의존하지 않고 앙상블로 자립하기를 바란다"며 젊은 음악가들의 장래에 대한 소신을 포현했다.

현대 작곡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로 유명한 기돈 크레머는 러시아의 현대 작곡가 기야 칸첼리의 작품도 선택했다. 그는 최근 "가장 중요한 것은 레퍼토리의 균형"이라며 "고전과 현대음악, 유명한 곡과 알려지지 않은 곡, 쉬운 곡과 어려운 곡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통 클래식, 탱고, 현대곡을 넘나들며 '금기가 없는 연주자'로 통할 수 있는 이유다. 내한연주는 22일 오후8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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