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팔레스타인 정부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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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의회를 장악했던 무장세력 하마스와 결별함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치.경제 제재를 18일 해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행정수반과 전화통화를 하고 "팔레스타인 비상정부를 돕겠다"고 말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통화에서 압바스 수반은 하마스를 불법화하고, 비상내각을 출범시킨 배경 등을 설명했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 비상정부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팔레스타인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지난해 4월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징수한 세금 4억 달러(약 3700억원)를 자치정부에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해 권력을 장악하자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징수한 세금을 자치정부에 넘기지 않고 압바스 수반에게 하마스와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해 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해 전면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 양국 정부 간 정상적인 접촉을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오늘 아침 이러한 입장을 살람 파이야드 팔레스타인 정부 신임 총리에게 전달했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 정부와 협력하길 원하고, 팔레스타인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금융 제한 조치도 해제하려고 한다"며 "이로써 미국인들과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팔레스타인과 정상적인 경제.상업적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재개하기 위해 미 의회와 협력하고, 특히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유엔에 40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온건파인 압바스 행정수반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도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관계를 즉각 정상화하고 경제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테러 지원세력이라고 규정한 하마스가 지난해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자 자치정부와의 관계를 일부 단절하고, 경제 지원을 중단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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