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성장률 급락충격(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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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3·4분기의 GNP(국민총생산)성장률이 3.1%까지 급격히 하락한 것은 적지않은 충격이다. 정부는 최근의 거시경제지표를 보면서 현재의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GNP 3%대는 제2차 석유파동 이후 11년만에 기록된 최저 성장률이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당국이 주장하는 적정성장률 7%선을 훨씬 밑돌 것이 분명하다.
돈 풍년속의 자금난이나 인력부족속에 취업난이라는 이중 구조적 현상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실물경기의 구조적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 설비투자의 급감은 이미 우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예고해 준다.
우리의 경제흐름이 정부가 분석하는 대로 산업구조조정의 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인지,아니면 재계가 우려하는 침체국면의 장기화로 치닫고 있는지에 대한 컨센서스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부양책까지 거론하고 있는 반면 정부관계자들은 지금 이 단계에서 섣불리 재정확대나 건설경기자극을 통해 대규모 공사를 벌이다가는 지금까지 치른 고통의 대가가 무위로 끝난다고 적극 대응을 고려치 않고 있다.
4·4분기의 성장률은 수출증가세의 지속과 설비투자 촉진시책의 효과 및 대통령선거를 향한 정치열기의 영향을 받아 3분기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나 경기는 내년초까지도 호전될 낙관적인 재료가 없다. 3분기중 설비투자가 3.2%의 감소를 나타낸 것은 우리 경제의 치명적인 타격이다. 기계류수입액이나 수주액이 두자리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투자 마인드의 위축이 해소될 어떤 징조도 나타나 있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이제 물가안정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단계는 지났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안정을 버리고 성장을 택하라는 2분법적인 논쟁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안정기조 위에서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살릴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고 보다 신뢰성이 가는 장기적인 비전을 필요로 한다. 기업들은 정치계절에 지금이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또 다음에 들어설 정부가 마구잡이로 내놓은 공약을 어떤 방법으로 조화시켜 현실화시킬 것인지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불신이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안정성장으로까지 오름세를 타기 위해서는 현안을 풀어가려는 중립내각의 진지한 노력과 차기 대통령후보들의 경제적인 논리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당선자의 경제정책이 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미 경제의 재생에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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