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TK를 잡아라/“부동표 40∼50%”3당 공략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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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막판 「김·정 파동」으로 현지분위기 “허탈”
『TK목장에 낙조가 깃들이고 있다­』.
대구 중앙통의 다방에서 만난 한 신사는 최근의 대구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벌어진 박철언·유수호·김복동의원의 잇따른 민자당 탈당과 국민당 입당,무소속 정호용의원의 민자당 입당 등을 보는 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의 표정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착잡하다.
30년 권력창출의 아성이 무너진 판에 지역을 대표할만한 정치지도자들의 처신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때만 해도 대구엔 「TK목장의 결투」로 불릴만큼 자칭 「거물」들이 발호했다. 노태우대통령의 친·인척을 내세운 박철언·김복동,노태우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던 정호용 등…. 이들은 모두 「큰꿈」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박철언·김복동의원은 노 대통령과 결별,정주영대표의 수하에 들어갔고 한때 대구시민의 인기를 한몸에 모았던 정호용의원은 4개월 이상의 곡예끝에 별로 대접도 받지 못한채 민자당에 정착했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 대구시민들은 대체로 냉담하다. 다방가엔 「○일병」「○이병」이란 조소가 흐르고 『TK망신,친인척망신,장군망신은 ○○○이 다 시킨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이곳 주민들이 김영삼후보에게 드러내놓고 호감을 표시하지도 않는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부동표가 40∼50%에 이른다. 한마디로 TK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경북이 대선의 최대변수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호남지역의 일방적 열세를 부산·경남의 압도적 우위로 상쇄하고,서울·경기에서 백중세를 대구·경북에서의 우세로 메워야 승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60% 이상 득표,즉 김대중민주당후보와 1백50만표 이상 격차를 벌리자는 것이 김영삼후보의 목표다.
반대로 민주·국민당은 대구·경북에서 김영삼후보표를 최대한 뺏어야 하고 특히 김대중후보는 차라리 정주영후보가 갉아먹어 줬으면 하는 입장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영남 출신이란 동질성에다 제1당 후보인 김영삼후보가 선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TK의 허탈감을 파고드는 국민당의 물량공세가 보통이 아니다.
우선 국민당은 김복동의원 등의 입당으로 35명의 소속의원중 5명이 대구에 포진했고,대구 의원 11명은 민자 6·국민 5로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국민당은 대구를 제2의 본거지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며 『TK의 중심이 국민당으로 옮겨왔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다. 국민당의 현대그룹 직원들을 이용한 밑바닥 잠식은 간단치 않다. 서산 관광을 다녀온 유권자도 이미 상당수며 지구당별로 수만명의 입당원서를 받아놓고 있다.
민주당은 10%만 얻으면 성공이라고 보고 김대중표 획득보다는 YS에게 가는 표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DJ에게 표를 주기 싫으면 차라리 정주영후보를 찍어주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이런 와중에 김복동의원의 납치소동이 김영삼후보에게 얼마나 악재로 작용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이곳의 대학교수·언론인·운전기사 등은 한결같이 『노 대통령이 김복동의원 탈당을 납치소동까지 벌이면서 막아야 했느냐』『김 의원도 곧 물러나는 매제(노 대통령)에게 그렇게 물을 먹일 수 있느냐』『정호용의원도 민자당에 들어가려면 빨리 들어가든지,지금까지 망설이다가 막차는 왜 타느냐』는 등 양비론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김복동·정호용의원 모두 개인적 주가는 하락했으며 YS에게 불리하면 했지 좋은 영향은 못미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민자당측은 납치소동 과정에서 「노심」이 YS에게 있음이 분명해져 부동표의 향방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도 한다. 또 대구·경북지역 특유의 보수성과 의리중시풍조,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특성 등으로 볼때 「DJ가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떠났던 표가 민자당쪽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무주공산 TK표에 대한 3자의 분석중 어느쪽이 맞을지는 아직 속단키 어렵다.<대구=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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