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새 곡창지대로 각광|내가 본 삼강 평원|김성훈<중대 동북아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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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 대창」, 이는 중국인들이 요즘 삼강 평원을 일컫는 말이다. 북쪽의 대 곡식창고란 뜻이다. 필자가 이곳을 맨 처음 방문했던 88년 여름까지만 해도 북쪽의 대 황무지라 하여 「북 대황」이라 불렀다. 그해 4월 중국정부는 이곳을 공식적으로 대외에 개방했다. 고구려와 발해가 멸망한 이후 그냥 버려졌던 이 당은 조국의 독립을 찾겠노라 무장항일운동을 펼치던 우리 선열들의 선혈이 응어리져 있는 곳이다. 일제의 탄압에 견디다 못해 북으로 북으로 밀려오다 정착한 동포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밀산·해 청·목단강시, 모두가 조선족이 일구어 놓은 저자거리다. 백두산 천지 물(송화 강)이 젖줄이 되어 빚어 놓은 기름진 옥토에는 일찍이 이주해 온 우리동포가 벼농사를 성공시켜 세계의 도작 농업 최 북방한계라는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만주 콩」의 원산지가 바로 이곳이다. 옥수수와 밀은 밑거름 없이도 잘 자란다. 또 광물·임산자원 등 이 고루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자연·자원 조건이 좋다고 삼강 평원 개발계획이 마냥 순조롭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수확기에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갑자기 이른 서 리가 내려 1년 농사를 하루 아침에 망쳐 버릴 수 있고, 파종기와 생육기의 대륙성 돌풍 및 저장·보관·수송도 작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삼강 평원 개발은 오랫동안 잃었던 우리의 옛 땅과 얼을 찾는 의미 있는 일인만큼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 하면서 끈기를 갖고 임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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